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 60%↑…22번의 부동산 정책, 무용지물
오히려 더 어려워진 서민 주거 마련…공급 부족‧대출 규제 강화 원인
전문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풀고, 대출 문턱 낮춰 내 집 마련 기회 제공해야”

22번.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횟수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잡아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며 무려 22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 발표 초반에만 잠시 위축됐던 집값은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를 보란 듯이 비웃으면서 다시 위를 향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집값은 60% 가까이 올랐다.

‘영끌’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으로, 주로 3040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그랬듯 이번 정부에서도 당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집을 사 상당한 시세 차익을 본 주변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니, 있는 돈 없는 돈 최대한 끌어모아 집을 사는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대출을 점점 조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매년 1월 기준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변화(단위 : 만원).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매년 1월 기준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변화(단위 : 만원).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집값의 일정 비율 이상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고, 다주택자를 향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내놓으라고 하면서도 취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 등 관련 세금을 모두 높여 거래를 위축시켰다. 덕분에 전세가격이 오르게 됐고,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에는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면서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했다. 1주택 1분양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행 세법 기준으로는 1주택자이지만, 내년부터는 2주택자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세금 폭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에서 일하는 고위 공직자의 38%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고, 일부는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렸으며, 정작 자신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또한 ‘부동산 불패’는 계속될 것이라는 강한 시그널로 작동했다. 결국 정부 정책은 시장에 졌고, 정책에 대한 신뢰 역시 스스로 잃어버렸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주택 가격 상승은 수요가 몰리는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관련 세금을 낮추는 한편, 전세 등 임대주택 수요에 따른 공급이 잘 될 수 있도록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소위 ‘임대차 3법’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價 57.6%↑…“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해 공급 늘려야”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이래서 3040 집 살 수있나?’ 세미나에서 서울의 집값 상승에 대해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토교통부‧서울시의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신주택 보급률은 95.9%에 불과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를 넘지 못했고, 자가거주 비율은 42.9%로 전국 평균 57.7%보다 15%p 낮았다. 자가보유 비율은 48.3%에 불과했다.

이같은 보급률과 자가보유 및 자가거주 비율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17년 5월 5억2996만원 대비 57.6% 오른 8억3542만원을 기록했다.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었다. 마포구는 84.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용산구 80.6%, 성동구 77.3%로 뒤를 이었다.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는 강동구가 67.3%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초구(59.7%), 강남구(57.7%), 송파구(54.8%)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인 노원구도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50.5%나 올랐고, 강북구 35.9%, 도봉구 35.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권 교수는 “올해 입주 물량이 4만1000가구 정도고, 내년에는 2만644가구”라면서 “3기 신도시가 분양을 한다고 해도 분양 시점은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입주 물량이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집을 새로 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장 빠른 방법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들이 집을 내놓게 하는 것인데, 이것도 여의치 않다. 올해 5월 기준 등록된 임대주택은 159만6000가구.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려면 일단 4년(단기임대)이나 8년(장기임대)의 의무 임대 기간이 끝나야 한다. 즉, 160만가구에 육박하는 물량이 그대로 묶여버리는 것이다.

또한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는 주택 거래를 어렵게 만들었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취득세율은 1주택자의 경우 1~3%로 변함이 없지만,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부터는 12%로 강화되고, 양도소득세율은 1년 미만 보유에는 70%, 2년 미만에는 60%로 각각 20%p씩 인상된다. 종합부동산세율의 경우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기존 0.6%에서 1.2%로 올렸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최대 6%까지 세율을 적용한다.

권 교수는 “주택공급을 죽이게 되면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 특히 보유세는 민감한 부분으로, 대부분 나라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낮게 책정하고, 보유세를 올리는데, 우리나라는 다 올리고 있다”며 “결국 도심지에 토지가 없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특히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을 완화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담대 등 대출 문턱 낮춰 주거사다리 복원해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대출 규제를 강화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 기회를 아예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의 대출은 서민의 주거 기반 확충을 지원하는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상황에서 서민들이 대출 없이 주택 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부는 규제 강화, 임대소득 과세 등 여전히 투기 차단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임대 물량 감소와 월세 비중 증가로 인한 서민들의 주거비용 급증으로 연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는 금융권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대출인데, 정부는 주담대를 가계부채 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라면서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상품, 대출상품이 있지만, 현장의 문을 두드려보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소득 기준이나 다양한 부분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특히, 투기 세력의 주요 수단인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을 조인 탓에 오히려 실수요자들이 기회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전세 또는 대출을 안고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왜 지탄받고 비난받아야 하며 투기 세력으로 몰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정부는 투기목적 없이 순수하게 갭을 이용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저가 주택 구입자도 투기 세력으로 보고 전방위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저금리 기조로 보증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융소득이 한정적인 상황에서도 정부는 전세제도를 투기 세력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주담대나 전세 대출을 집중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나 현금 부자들이 앉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가계부채의 부실을 말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주담대 등의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제2‧3 금융권, 신용대출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부실화 위험성이 더 큰 대출”이라며 “결국 소득계층 증가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 부분에 굉장히 제약을 가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주택자금을 100% 마련하지 않으면 주택 마련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연구위원은 ‘대출 제도의 이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담대나 주거 사다리로서의 전세제도를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대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그밖의 대출과 분리해서 보자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의 모기지 제도와 비교할 때 현 대출 규제는 지나친 부분이 있고, 초저금리 상황과 임대소득에 대한 본격 과세로 전세제도의 환경이 악화됐다”며 “갭투자는 기업적 규모에 대해서만 제재하고, 현실을 감안해 6개월 이내 전입 조건을 1년 이내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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