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가능한 미디어…기능성 게임 통해 게임 순기능 재조명
美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시작된 ‘BLM’에 다수 게임사 동참
위안부 문제 다룬 ‘웬즈데이’처럼 BLM 다룬 기능성 게임 나올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하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 순기능에 대한 재조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언틱, 라이엇 게임즈, 소니, 블리자드 등 여러 게임사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연계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이하 BLM)’ 캠페인에 동참하는 가운데,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능성 게임’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지난달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당시 현장을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영상으로 촬영돼 SNS 등에서 공유되며 미국 전역으로 알려졌고, BLM 시위로 이어졌다.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미국 내에서 흑인 인종차별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만큼 BLM 캠페인으로 빠르게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에 글로벌 게임사들은 예정돼 있던 게임 관련 행사를 연기하면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고 BLM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소니는 당초 4일 오후 1시(현지시각)으로 예정됐던 차세대 콘솔 PS5 관련 온라인 이벤트를 11일로 연기했다. 소니는 공식 SNS를 통해 BLM 운동 동참을 알린 직후 “전 세계 게이머들이 PS5 게임을 보는 것에 설레는 것을 이해하지만, 지금 당장은 축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한걸음 물러서서 귀 기울여야 할 중요한 메시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켓몬GO’를 서비스하는 나이언틱도 4일 공식 SNS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인종차별, 무자비한 공권력 집행에 반대하고, 흑인 공동체와 연대한다”며 “우리는 기회를 제한하고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람을 억압하는 제도적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전례 없는 운동을 목격하고 있다”고 BLM 동참을 알렸다. 이어 “‘GO 페스트(포켓몬GO 축제)’ 티켓 판매 수익 중 최소 500만달러(한화 약 61억원)을 기부할 것”이라면서 “기부금액의 절반은 흑인 게임·AR 크리에이터의 신규 프로젝트 후원에, 나머지 절반은 미국 비영리단체에 기부해 지역사회 재건을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베데스다 ▲너티독 ▲인썸니악 ▲라이엇 게임즈 ▲넥슨 아메리카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이 “인종차별과 불공평에 맞서는 사람들과 연대한다”며 업데이트를 연기하고, ‘매든 NFL 21’ 등의 행사를 취소했다. 게임보다, 스포츠보다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흑인공동체와 연대해 모든 종류의 불공평, 인종차별, 편견, 증오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종차별 문제는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던 올해 초부터 한국인들이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 더 빈번하고 직접적인 차별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BLM 운동으로 흑인 차별 문제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동양인 혐오는 덜 조명받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에서 재미교포 출신의 60대 한국계 남성의 손녀가 지난 9일 트위터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던 중 흑인 남성들에게 “‘차이나 바이러스’를 원하지 않는다”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일이 있었다. 리알토 경찰은 60대 한인 남성이 다친 것은 맞지만 인종차별 증오범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도 BLM 시위 초기 인근 상점을 약탈·방화하는 폭력 사태가 한인 상점으로도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흑인들도 정작 동양인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많은 게임사가 BLM에 동참한 만큼 이번 사태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기능성 게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능성 게임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성을 지닌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현황 및 활성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기능성 게임은 건강 예방 및 증진, 사회문화와 관련된 주제의 파급효과 등 광범위한 분야의 목표를 포괄하거나 학습·훈련의 과정을 돕는다.

예를 들어 겜브릿지에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게임이다. 가상의 위안부 피해자 ‘순이’가 과거로 돌아가 친구들을 구하는 내용으로, 플레이어는 주인공 ‘순이’가 되어 식민지 조선인은 물론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네덜란드인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난다.

겜브릿지는 전 세계에 일본군의 전쟁범죄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자 웬즈데이를 개발했으며, 이밖에도 네팔 대지진의 참상을 알려 네팔에 위로와 게임 수익 일부 기부를 통한 물적 도움을 추구한 ‘애프터 데이즈’를 출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전쟁의 참혹함을 담은 ‘스펙옵스: 더 라인’, ‘디스 워 오브 마인’, ‘배틀필드1’ 같은 게임뿐 아니라 조현병을 주제로 한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등 사회문화와 관련된 주제가 담긴 기능성 게임은 장르도 주제도 다양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링피트’로 운동을 하고, ‘어쌔신크리드’로 언택트 수학여행을 가며, ‘마인크래프트’로 교육을 받는 시대”라며 “BLM에 많은 게임사가 동참한 만큼 이를 계기로 인종차별 문제, BLM 시위 초기 약탈·방화 문제 등의 현상을 주제로 한 기능성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