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 ‘불완전판매’
“안전한 상품이라더니”…투자자들은 판매사 불완전판매 비판
은행 측 “판매 과정 전수조사 중, 사태 수습에 최선 다하겠다”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2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3차 집회를 열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IBK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국내에서 사모펀드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분노가 판매사 및 금융감독원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DLF사태와 라임사태가 채 수습되기도 전, 사모펀드 사태가 연달아 터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라임사태 뒤를 이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서 환매가 중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피해가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펀드 가입자들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고위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이슈는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8월 불거진 DLF 사태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가 중단되며 해당 펀드 가입자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또 펀드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및 불건전 영업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에서도 불완전판매 의혹이 나온다. 특히 디스커버리펀드를 적극적으로 판매했던 IBK기업은행을 중심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펀드는 US글로벌핀테크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등이다. 기업은행은 US글로벌핀테크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주로 판매했고 현재 지급 유예된 금액은 각각 695억원과 219억원, 총 914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서는 각각 240억원, 651억원의 투자금이 지급 유예 상태에 놓여있다.

기업은행에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가입한 투자자 A씨는 “저는 예금을 선호하는 고객이다. 그런데 WM센터 직원이 사무실까지 찾아와 상품이 얼마나 안전한지 설명해줬다. 직원은 국책은행이 위험한 상품을 왜 팔겠냐면서 서류에 싸인을 하라고 했다”며 “알려주는 대로 서류에 싸인을 하고 나니 나중에 콜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몇 가지 물으면 ‘네’라고만 대답하라고 얘기했다. 안 그러면 상품 가입이 되지 않는다면서 형식적인 절차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솔직히 이게 펀드, 그리고 사모펀드인지도 몰랐다. 원리금을 주는 신탁예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PB직원들이 ‘미국이 부도나지 않는 이상 상품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1등급 고위험 상품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또 상품 가입 전 거쳐야 하는 투자성향 분석에서도 직원들이 투자자들에게 문항에 대한 답변을 정답처럼 읊어주고 체크할 것을 유도해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나오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투자자들은 최근에 와서 디스커버리펀드가 투자위험 6등급 중 최고위험등급인 1등급 위험상품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판매 과정에서도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을 뿐, 위험성을 고지해주지 않았다. 고객 투자성향을 파악해야 할 때도 PB가 임의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판매 과정을 모두 전수조사 중이다. 불완전판매 행위 여부는 전수조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업은행은 판매사로서 신의성실하게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선은 조사를 통해 어디까지가 은행의 잘못인지를 파악하고 자산 회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상품 판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판매사는 자산운용사로부터 제공되는 제안서를 토대로 내용을 분석하고 절차를 거쳐 판매를 결정했을 뿐 펀드 운용을 비롯한 실사 등의 부분은 운용사가 해야 하는 업무라는 설명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검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금감원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디스커버리펀드가 환매 중단되자 6월 디스커버리운용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으나 검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검사 결과는 올해 하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디스커버리운용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난 뒤 이뤄질 전망으로, 이같이 느린 일정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이에 지난 26일 투자자들은 금감원 앞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를 연 대책위는 금감원과 윤석헌 금감원장에 ▲불완전판매 및 내부통제 부실 등에 대한 파악 ▲자율조정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구제 방안 마련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편,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의 손실률은 절반 이상부터 최대 80%까지 관측되고 있다. 전체 투자금 중 65%가 미국 렌딩업체 SAI(Strategic Acquisition, Inc)가 발행한 부동산담보부대출채권으로 흘러갔는데 여기서 약 80%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편입자산의 예상 회수율은 22%에 불과하며 그 밖의 자산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예측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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