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5 무료 배포 소식에 사람 몰려 에픽게임즈 스토어 ‘마비’
에픽게임즈, 무료 게임 배포 프로모션 등으로 ‘스팀’과 경쟁
‘보유효과’ 노린 체험형 마케팅, 글로벌 공룡도 예외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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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게임사들은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고, IT기업들은 협업 솔루션을 무료 제공한다고 나섰다. 특히 PC 게임 플랫폼 시장 후발주자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GTA5 프리미엄 에디션’, ‘문명6 스탠다드 에디션’ 등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을 수상한 인기 명작 게임들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서버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 고객 유지에 효과적인 ‘체험 마케팅’

‘언리얼엔진’과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는 PC 게임 플랫폼 시장에선 막내다.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2003년 개발한 ▲스팀(Steam)이 PC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공고히 자리 잡으면서 ▲블리자드 ‘배틀넷’ ▲EA ‘오리진’ ▲유비소프트 ‘유플레이’ 등 후발주자도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첫선을 보인 에픽게임즈의 ‘에픽게임즈 스토어(이하 에픽스토어)’는 지난해 4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에픽스토어 출시 이후 2주 간격으로 게임을 무료 배포해왔던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5월 매주 무료 배포로 정책을 변경했고, 연말 등 특정 기간에는 매일 배포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에 집중해왔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게임이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수단으로 부상하게 되자 에픽스토어는 강수를 두기 시작했다.

현재 에픽스토어는 5월 15일부터 6월 11일까지 4주에 걸쳐 인기 게임들을 최대 75%까지 할인하는 것과 더불어 1만1000원의 추가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에픽 메가 세일’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무료 게임 배포로 가입자 수를 늘려온 에픽스토어는 GTA5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에픽 메가 세일에서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뿐 아니라 15일부터 21일까지 2013년 콘솔 플랫폼에 출시된 이후 꾸준히 큰 폭의 할인 없이 꾸준히 가격을 유지해 온 ‘GTA5 프리미엄 에디션’이 무료로 배포되기도 했다.

GTA5는 출시된 지 거의 7년이 된 게임이었지만 에픽스토어 서버에 장애가 발생할 만큼 무료 배포의 효과는 컸다. 에픽스토어는 28일까지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시드 마이어의 문명Ⅵ(이하 문명6)’도 배포한다.

에픽스토어는 GTA5, 문명6 등 무료 배포 게임 및 대규모 게임 할인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고, 다른 플랫폼보다 저렴하게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이 해당 게임의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에픽스토어에서 결제하는 식으로 스팀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진=에픽게임즈
사진=에픽게임즈

◆ 강력한 구매동기, ‘보유 효과’

인간이 어떤 것을 ‘소유’했을 때의 경험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을 두고 행동경제학에서는 ‘보유 효과’라고 설명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이라는 문구를 홍보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일단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유 효과가 생겨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다. 이는 체험형 마케팅에서 극대화되는데, 체험형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기업이 자사의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과도 마찬가지다.

에픽스토어의 행보도 보유 효과를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의 일종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에픽스토어에 가입하고 계속 접속하게 할 유인책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독점·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처럼 스팀에서는 할 수 없는 게임을 에픽스토어에서 제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료 배포로 ‘좀 더 할인하면 그때 사도 늦지 않다’는 사람들을 잡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자 협업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서비스하는 IT기업들이 협업 솔루션을 무료 제공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선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해보면서 얼마나 유용한지 몸소 체험하고 나면, 무료 서비스 종료 후에도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룡들도 예외는 아니다. 넷플릭스도 첫 한 달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튜브도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체험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도 업무용 협업 도구 ‘라인웍스’를 서비스하는 웍스모바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많은 기업이 원격·재택 등 언택트 업무 방식을 시행하면서 도입 기업 및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9일 기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라인웍스 도입 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특히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보다 라인웍스를 이용한 다자간 영상통화 사용량이 28배, 음성통화 25배, PC 화면 공유는 15배 이상 상승했다.

사용량이 급증한 만큼 그중 일부만 서비스 유료 전환이 이뤄져도 신규 고객을 유치하게 되고,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에픽스토어의 경우 아직 ‘소비자 친화적 플랫폼’이라는 호평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에픽스토어 클라이언트가 스팀보다 무거운 점이나 느린 다운로드 속도, 포럼·창작마당 같은 커뮤니티 기능 부재 등 스팀보다 다소 불편한 점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앞으로도 에픽게임즈는 무료 게임 배포 프로모션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철 에픽게임즈 코리아 대표는 “에픽게임즈는 폴란드와 스페인, 러시아, 터키 등에서 개발한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을 겸비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제공해 왔다”며 “2020년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무료 게임은 계속될 예정이니 빠짐없이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 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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