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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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을 이끌어야 할 장수는 칼이 없었다. 가진 것은 오직 ‘눈’과 ‘입’, 그리고 ‘귀’뿐이었다. 그마저도 똑바로 쓰지 못했다. 입은 상대 장수를 헐뜯는 데만 열었고, 눈은 비난거리를 찾는 데 급급했다. 여론을 들어야 하는 귀는 열지 않았다. 윗물이 탁한데 아랫물이라고 맑을까. 병사들도 오합지졸이었다. 전쟁의 결과는 싸워보기도 전에 결정됐다. 4·15 총선, 미래통합당의 모습이었다.

이번 총선의 그림은 이미 그려진 상태였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라고 자위하고 싶겠지만 대안 없이 정부 비난에만 몰두하는 여당에 표를 줄 국민은 없었다.

물론 코로나19가 민주당에 호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가 통합당의 참패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세계가 격찬을 이어가는 데 부득불 정부의 대응이 실패한 것처럼 말을 쏟아낸 쪽은 통합당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대해 ‘사회주의식 배급제’라고 규정한 쪽도 통합당이었다.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 판매를 ‘북한식 배급제’라고 비난한 쪽도 통합당이었다. 전세계는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사라진지 오래다. 

통합당은 민심을 몰랐다. 아니 눈을 감았고, 귀를 닫았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은 정권을 만들겠다”고 호소했어야 했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 로봇처럼 바닥에 절을 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태극기 개수와 만세 소리, 욕설이 민심의 전부라고 큰 착각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과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의 지지율은 각각 0.74%, 0.51%에 불과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문제였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해법’이 없다. 그래서 뭐? 그래서 어쩔 건데? 등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개혁을 원함에도 통합당은 ‘동물국회’까지 재현하며 반대했지만 대안책을 내놓지 못했고, 마스크 대란을 책임을 정부에게 돌리면서도 마스크 5부제가 아닌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혁신도 말뿐이었다. 반성은 없었다. 똥 묻은 통합당이 겨 묻은 민주당을 나무라는 꼴이었다. 지난해부터 진보 진영에서는 ‘4·15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정치권에 남아있는 친일파 세력을 몰아내자는 의미였다. 물론 타깃은 통합당이었다. 통합당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눈을 감았고, 귀를 닫았다. 의심은 확신이 되어 갔다.

그러는 동안 “여당이 잘하는 게 뭐가 있냐”던 중도층과 부동층은 “야당이 더 싫다”며 차라리 ‘국정안정론’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선거 막판 김대호 전 후보가 3040세대를 비하하고, 차명진 후보가 세월호 관련 막말들을 쏟아내며 그나마 남아있을 수도 있었던 일말의 기대까지도 산산조각냈다.

중도층과 부동층의 이탈은 민심의 풍향계로 꼽히는 대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총 7석 모두가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4석, 통합당 3석이었다.

이제 통합당은 수도권 극히 일부 지역과 전통적 우호 지역인 영남에서 꾸역꾸역 연명하는 처지가 됐다. 통합당은 다 버려야 한다. ‘과거통합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구체적인 목표가 필수다. 과거의 낡은 프레임과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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