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철강산업 넘어 철강 ‘백년대계’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지난 60여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철과 관련된 사업만을 이어온 동국제강그룹. 1949년 故장경호 창업회장이 못과 나사를 만들어 조선선재를 창업한 이후 현재 장세주 회장까지 3대가 60년 동안 오직 철강이란 외길경영에 매진해 오고 있다.

동국제강의 혼맥은 다른 대기업 그룹의 오너 집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가운데에서도 재개와 학계로 혼맥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장 창업주의 뜻에 따라 불심(佛心)과도 관련이 깊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한국 철강사를 빛낸 동국제강의 혼맥을 살펴봤다. 

장경호 창업주는 1899년 동래군 사중면 초량동에서 부농인 부친 장윤식씨와 모친 문염이씨 사이의 4남 2녀 중 가운데 3남으로 태어났다.

지금의 부산시 초량동 중앙시장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창업주는 1913년 서울로 유학길에 오른다. 명문 보성고등보통학교로 진학한 장 창업주는 15세에 동향출신인 故추명순 여사와 결혼했다.

보성고를 졸업하고 일본유학길에 오른 장 회장은 이 시기 다양한 사업을 구상했다. 장 회장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맏형 장경택씨가 운영하던 목재소 일을 돕고 농사를 크게 짓고 있던 두 형에게 가마니를 공급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 회장이 30세 되던 해인 1929년 대궁양향을 설립, 본격적인 가마니 장사에 나서면서 사업인생을 시작했다. 1935년에는 남선물산을 세워 수산물 도매업, 미곡사업, 창고업 등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장 회장과 철(鐵)과의 인연은 1949년 우연찮게 시작됐다. 남선물산 창고에서 ‘신선기(伸線機)’를 설치해 철사와 못을 생산하던 재일교포가 창고에 화재가 발행하자 장 회장에게 신선기를 넘긴 것이다. 동국제강의 모태가 된 조선선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조선선재로 출발

장경호 창업주는 추 여사와의 슬하에 6남 5녀를 두었다. 동국제강의 경영 일선에 나섰던 2세들은 창업주의 뜻에 따라 현장에서 사업의 감각을 몸으로 익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학자와 사업가 집안 자녀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재계와 이어진 혼맥 역시 조용하고 평범한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남으로 동국제강 회장을 지낸 故 장상준 회장은 부산에서 큰 사업을 하던 박상선씨의 딸 박명년 여사와 혼인해 슬하에 4남 2녀를 낳았다.

장 회장의 자녀들은 동국제강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조선선재 전무와 사장 등을 맡으며 경영일선에서 함께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유명을 달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장 회장의 장녀 장옥자 여사는 부산세무서장을 역임한 송귀범씨와 혼인을 치뤘고, 장남인 故 장세창씨는 故남상옥 타워호텔 회장의 딸 남덕자 여사와 결혼했다. 남덕자 여사는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누이로 故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사촌동생이다.

동국제강 성장시킨 3남 장상태 회장…글로벌 철강사로 성장
못 만들던 조선선재로 창업…오직 철강 ‘외길경영’으로 승부

차녀 장옥빈 여사는 태광산업 이임룡 창업주의 둘째아들인 故이영진씨와 혼인했다. 이임룡 태광산업 창업주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을 사돈으로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김한수 전 한일합섬그룹 회장 일가와도 사돈관계로 연결됐다.

선친 뜻 받들어 불교재단 설립

창업주의 차남인 故장상문 전 UN대표부 대사는 회사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장 대사는 부산의 대표기업이었던 동명목재 창업주인 故강석진 회장의 딸 강정자 여사와 혼인했다. 장경호 창업주와 강 회장은 불교 신자로서 친분이 두터웠다.

외교부 차관보, 스웨덴·멕시코 대사,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장상문 대사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선친의 뜻을 이어 받어 1989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전통문화 전문 출판사인 대원사와 불교방송을 여는 등 종교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장남이 장상준 회장이 일찍이 타계한 가운데 차남인 장상문 씨가 회사 경영에 뜻이 없던 터라 동국제강은 3남인 故장상태 회장이 물려받았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장 회장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를 마친 뒤 잠깐의 공직생활을 거친 뒤 1956년 동국제강 전무로 경영에 참여했다. 장 회장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김영희씨의 외동딸인 김숙자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2남 3녀를 뒀다.

장세주 회장 경영 승계

장상태 회장의 장남인 장세주 회장은 동국제강을, 차남인 장세욱 사장은 유니온스틸을 각각 맡으면서 동국제강을 키워나가고 있다. 장상태 회장은 창업주의 의지에 따라 자녀들을 엄격하게 가르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장세주 회장은 상명대 교수를 지낸 남희정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뒀으며, 장세욱 사장은 육사 41기생으로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1996년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장 사장은 군인 시절 친구 소개로 경제기획원 차관과 산업은행 총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낸 故김흥기 회장의 딸 김남연 여사와 결혼했다.

장상태 회장의 장녀인 장영빈 여사는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차녀인 장문경 여사는 울산대 의대교수로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윤준오 교수와 혼인했다.

3녀인 장윤희 여사는 부산지역의 실업가이자 8대 국회의원을 지낸 故이학만 화양실업 회장의 아들인 이철 세광스틸 사장과 결혼했다.

이학만 회장은 주영복 전 국방부장관, 박두병 전 두산그룹 회장, 이건 대호그룹 회장 등 정관계의 집안과 두루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부산 지역 혼맥 통일

정경호 창업주의 4남 故장상철 동국제강 전 사장은 이정옥여사와 혼인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부산제강소 공사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등 회사 경영에 활발히 참여했으나 1991년 사망했다.

장상철씨의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기려 세연문화재단을 2000년 충북 음성에 설립했다. 장녀 장인경 여사가 관장을 맡고 있다. 장 사장의 장남인 장세훈씨는 동국제강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 전무로 일하고 있으며 차남인 장세한씨는 철강판매사인 동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녀 장은주 여사의 남편은 현재 주튀니지 대사로 재직하고 있는 송봉헌씨다.

수수한 혼맥 속에 금호석화·태광산업과 연결…불교에도 기여
풍력·태양광 등 에너지 계열사 성장…다양한 분야 혼맥 형성

5남인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은 부산지역의 사업가 김대성씨의 장녀 김명자 여사와 혼인해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장 회장은 부산상고와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동국제강 부사장, 동국제강 사장을 지낸 후 1977년부터 동국산업을 창립했다.

장경호 창업주가 1967년 설립한 대원사가 전신인 동국산업은 2001년 동국제강에서 계열분리됐고 현재 동국S&C, 대원스틸, 신안풍력발전, 남원태양광발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동국산업은 현재 장상건 회장의 외아들인 장세희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장세희 대표의 부인은 동방그룹의 창업주인 김용대 회장의 차녀 김유경 여사다. 차녀인 장혜경 여사는 김장리 법률사무소(현 김앤장 법률사무소)설립자인 故김흥한 변호사의 아들 김유동와 혼인했다.

정관계 혼맥 자랑

장경호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장상돈 한국철강회장은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경북고와 동국대를 거쳐 1962년 조선선재에 입사한 장 회장은 동국제강 상무와 전무를 거쳐 1982년 한국철강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1998년까지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1년 한국철강을 분리해 독립했다.

장상돈 회장은 부인 심금순씨 사이에 3남 2녀를 두었다. 장남인 장세현 한국특수형강 대표는 뉴욕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한국철강에 입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와 일본 와세다대학원을 나온 2남 장세홍 한국철강대표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차녀인 박은경 여사와 결혼했다.

박 전 회장의 맏사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선협, 셋째 사위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사장이다. 3남인 장세일씨는 현재 영흥철강 대표를 맡고 있다.

장녀인 장인혜씨는 사업가인 조준봉씨와 결혼했고 차녀인 장인영씨는 故 구두회 예스코 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LS전선 사장과 혼인하는 등 재계의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동국제강 장씨 일가를 이야기하면서 불교와의 인연을 빼놓기 어렵다. 창업주인 故장경호 회장의 묘비에는 ‘대원거사(大圓居士)’라고 새겨져 있다. 부인 故추명순 여사도 적선화라는 법명으로 통했다. 장 회장이 건립한 불사(佛寺)는 이후 불서보급사 설립, 대중포교당인 대원정사 설립 등으로 국내 불교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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