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과도 정권 축출…군부 쿠데타 성공 가능성은?

1. 15일 오후(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라바 광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폐허로 변한 모습.

[파이낸셜투데이=김미희 기자]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이집트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혈사태가 발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집단살해, 폭탄테러 등이 이어지면서 이집트가 사실상 ‘대학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흘간 1295명 ‘대학살’

이집트 전역에서 지난주 사흘간 벌어진 군인·경찰과 무함마드 무르시 지지 시위대의 유혈 충돌로 1천300명 가까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일간 데일리뉴스이집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독립 기관인 경제·사회적권리센터(ECESR)에 따르면 군경이 지난 14일 무르지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농성장 2곳을 무력진압하고 나서 사흘간 전국적으로 벌어진 양측의 충돌로 모두 1천2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다수는 지난 14일 군경이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라바 광장과 기자지역 카이로대 앞 나흐다 광장을 진압할 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당일 전국적으로 민간인이 983명, 군경이 52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나머지 28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르시 지지파 최대 집결지인 라바 광장에서는 민간인 588명, 군경 7명, 취재진 5명이 각각 숨졌으며 라바 광장의 시위대 연단 밑에서 시신 28구가 발견됐다.

나흐다 광장에서는 군인 1명을 포함해 87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군경의 나흐다 광장 장악으로 무르시 지지 시위대가 인근의 모한디신 지역으로 옮겨 시위를 하다 또다시 군경과 충돌해 39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이로에서는 당일 두 광장 이외에도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과 경찰서 습격 사건으로 인명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같은 날 남부 페이윰 지역에서만 45명이 숨졌고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와 이스마일리야, 수에즈 등에서도 10~3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다음 날인 15일에도 전국적으로 민간인 9명, 군경 8명 등 모두 17명이 희생됐다.

시위대가 ‘분노의 날’로 명명한 지난 16일에는 군경이 무르시 지지파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하루 새 최소 215명(민간인 208명, 군경 7명)이 사망했다.

이 중 시신 104구는 카이로 도심 람세스 광장 인근의 파테 모스크에서 발견됐다. 알렉산드리아, 민야, 포트사이드 등에서도 사망자가 10명 이상 발생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군경이 라바 광장과 나흐다 광장의 농성장을 진압한 14일에는 638명, 금요 예배 직후 군경과 시위대가 충돌한 16일에는 최소 173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군부 ‘정치’ 야망 부인…새빨간 거짓말?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몰아낸 이집트 군부 실세가 자신은 정치적 야망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드문 형편이다.

1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18일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군은 통치에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군이 통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맹세코 군은 통치하고 있지 않으며, 그렇게 하고 싶은 뜻이 조금도 없다”며 “나는 이집트를 통치하는 것보다 국민의 의지를 지키는 것이 더 영예로운 일이라고 군과 나 자신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설은 이집트 군부가 지난 14일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를 유혈 진압한 뒤 처음 이뤄진 것이다.

현재 이집트 안팎의 눈길은 엘시시 장관에게 쏠려 있다.

이집트 TV는 군부가 지난달 무르시 전 대통령을 쫓아낸 뒤 연일 군을 칭송하는 노래와 영상을 내보내고 있고, 군을 이끄는 ‘영웅’을 찬양하는 노래와 함께 각종 메달을 매단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엘시시 장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엘시시 장관이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분석가 중에는 엘시시가 직접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도 있고, 배후조종을 택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프랑스 국립 연구기관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이집트군을 연구하는 테위픽 아클리만도스(Tewfik Aclimandos)씨는 “직접 통치할지, 아니면 배후조종할지 모르지만 큰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어떤 형태를 택할지는 군부 전체가 결정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엘시시는 누구?

만 57세인 엘시시는 지난해 8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후세인 탄타위의 뒤를 이어 국방장관에 임명된 뒤 군부를 이끌어왔다.

영국과 미국에서 교육받은 그는 이집트 군부 내 대표적인 미국통이기도 하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대립하고는 있지만 엘시시 장관 또한 독실한 이슬람 신자이다. 웅변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분석가들은 그가 국민에 대해 가부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강력한 이집트 건설을 신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리더 군부에 ‘체포’

이집트 군부 세력에 밀려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최대 세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지도자가 군경에 체포됐다.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바디에(70) 의장이 카이로 북부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20일(현지시간) 붙잡혔다고 현지 국영언론이 내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집트 언론들은 바디에 의장이 경찰 트럭에 실려 이송되는 장면과 구금된 장면 등이 담긴 화면을 보도했다.

바디에 의장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줄곧 “군부의 쿠데타는 원천 무효”라며 무르시의 석방과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해임을 촉구해 왔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초 이후 잠적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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