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부과체계 개혁, 보장성 확대의 해법”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Mr.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77년 의료보험제도 도입과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 당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으며, 지난 2011년 이사장 직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건강보험제도의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제 도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계’…지속가능성 높이는 ‘열쇠’
재정누수 방지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확보 원천

지난 7월 1일 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 시행 36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77년 최초 도입이후 건강보험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10년간의 시범사업 후 1977년 근로자 500인 이상인 사업장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가입대상자를 확대하여 12년만인 1989년, 모든 국민이 가입한 건강보험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건강보험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비용대비 효과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민들은 매우 낮은 보험료율로 기대수명 80.7세, 영아사망률 3.2명으로 건강성과는 OECD 평균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OECD 평균의 2배나 되는 외래진료횟수 등 높은 의료접근성도 건강보험제도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높인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현재 건강보험 체계가 구조적 요인으로 한계상황에 있으며, 이것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2011년 11월 부임 직후부터 건강보험의 현 주소를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그 근본 원인은 불형평하고 불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 문제라는 것. 

현 부과체계는 너무나 깊고 폭넓은 문제를 안고 있어서 국민이 건강보험을 신뢰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건에서는 의료비증가에 따른 보험재정 확충이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보험료 인상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없으며, 낮은 보장성과 엄청난 보험료 불만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방치하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혁은 새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국정과제인 ‘의료 보장성 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와 직결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소득중심’ 부과체계

작년에 공단이 공개한 『실천적 건강복지플랜』을 통해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여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김 이사장은 평소 소득중심 부과체계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 크게 몇 가지 핵심적인 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사람에 따라 적용을 다르게 하는 현행 보험료 부과기준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점이다. 

상당 수준의 소득파악, 완비된 과세체계, 세계 최고수준의 IT 국가에서 10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국민을 임의로 분류(6종)하여 보험료를 서로 다르게 부과하는 방식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사회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사례는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계’가 도입되면 보험료 체납 및 체납 후 진료 등 보험재정 누수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료 부과자료(2013.1.기준)를 보면 소득과 재산이 전혀 없는 세대가 290만 세대이며, 소득은 없으나 재산(재산만, 재산+전월세, 재산+자동차, 재산+전월세+자동차)을 보유한 세대가 121만 세대이다.

이들 411만 세대에 대하여는 실제 생활수준이나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전월세, 자동차, 재산, 가족 수, 나이, 성별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약 89조원의 소득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생활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보험료가 부과될 수밖에 없어 생계형 보험료 체납과 체납 후 진료를 발생시키며, 그 액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고도 진료 받은 비용이 2012년 한해에만 무려 7,327억원에 달한다.

불형평성‧도덕적 해이 방지

아울러 가입자간 보험료 부담의 불형평 문제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소득 중심 보험료부과체계로 개혁된다면, 직장가입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 세대원과 달리 보험료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가입자간 불형평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사라지고, 보험료 부과기반도 확대되어 보험재정 건실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다른 소득이 없는 순수 근로자 및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도 낮아지게 된다. 현재 점증하는 진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보험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역가입자의 방대한 보험료 체납 및 체납 후 진료, 보험료의 적정인상을 저해하는 보험료에 대한 불신 등 장애물이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험료를 부과하기 손쉬운 근로자(직장가입자)와 사용자에게 보험료를 더 부담시켜 월급외 다른 수익이 없는 순수 근로자와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즉, 총 근로소득 437.8조원(2011년 귀속분) 중 과세대상 소득액은 294.6조원(67.3%)인데 비해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액은 452.8조원(103.4%)에 달하고 있으며 사용자 부담 분(보험료의 50%부담)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이것은 생산원가에 반영되어 글로벌 시대의 기업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

보험급여제도 개혁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전도 마련될 전망이다. 

보험재정 누수 방지, 보험료의 탄력적 조정의 용이성, 보험료 부과기반의 확대가 이루어지면 추가적 보험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 확보재원으로 선택진료, 병실차액, 간병비, 필수의료의 비급여, 저수가 등 비합리적인 보험급여제도를 개혁하여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본인부담 상한액 설정(2009), 심장질환‧뇌혈관질환‧중증화상 본인부담경감(2010), 최신 방사선치료 급여화(2011) 등 보험급여를 확대하고 있으나, 보장성은 2009년 65%, 2010년 63.6%, 2011년 63% 등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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