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공생’ 비리 키웠다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원전비리 수사가 끝을 달려가고 있다. 검찰은 현재까지 이번 원전비리수사를 통해 24명을 구속하고 1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외형상으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 원전비리 수사가 비리의 뿌리를 잡지는 못하고 있어 수박 겉핥기식 수사로 끊나지는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최근 원전비리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이번 원전비리가 권력형 케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5월 29일 원전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한지 2개월 여 만에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비리혐의자 24명을 구속하고 1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원전비리에 대해 강력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전비리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원전비리와 관련해 현재 전국 7개 일선 검찰청에 사건을 배당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의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지난달 24일 전국 7개 검찰청에서 31개 업체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통일적인 신병처리와 도주우려를 고려해 11명에 대해 지난 5일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朴, 엄중수사 촉구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원전비리에 관련해 엄중수사를 촉구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원전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전에 대한 기본수칙을 안 지켜 발생하는 수많은 인재와 기업이 고위공직자와 결탁해 거액을 탈세하는 등 잘못 된 일들이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는데 새롭게 고치고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원전비리에 관해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지난 5월 28일과 6월 11일, 7월 9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만큼 원전비리가 우리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잇따른 불량부품으로 인해 3기의 원전이 가동중지 상태인 데다 앞으로 4개월 종안 재가동도 어려운 것으로 보여 여름철 전력수요의 비상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력형 게이트 비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납품업체와 한수원의 관계자를 넘어 전 정부인 이명박(MB)정부의 실세를 겨냥한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고 있다.

원전비리수사단은 지난 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원전 부품업체들의 납품을 알선하고 한수원 고위직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관련 업체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 출신 이윤영 씨를 구속했다. 이 씨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을 지낸 뒤 서울시의원,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으로 ‘세븐럭 카지노’를 운영 중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감사에 임명돼 2011년 8월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제>朴 대통령 ‘안전 위협’ 질타…뿌리 깊은 ‘비리집단’
<중제>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된 ‘원전비리’…한수원 앞날?

앞서 검찰은 2009년 2월경 미화 100만 달러를 송금 받아 챙긴 혐의로 3일 원전부품업체 J사 부사장인 오희택 씨를 구속 수감했다. 오 씨는 이 전 대통령의 중학교 동문으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MB 캠프에서 활동했고, 올해 초까지 재경 포항중고교 동창회장을 지냈다. 원전부품업체에 재직하기 전에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건설 분과 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MB정부의 측근인사다.

박영준 전 차관 ‘초점’

검찰은 또 원전브로커들로부터 MB정부 시절 핵심 실세 가운데 한명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번 원전비리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또한 진술을 확보하는 데로 박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게이트가 정치권과 관가,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비리 사태가 어느 선까지 번질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UAE 원전 수출 당시는 물론 그 이전에도 원전 업계 순혈주의와 원전 마피아 활동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업계는 물론 관가와 정치권까지 검찰의 사정권 내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전했다.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구속되고 있다.

검찰은 또 2008년 11월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에게 한수원 직원 A씨의 인사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배임수재 등)로 원전 설비업체인 H사 송모(52)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송씨는 A씨로부터 돈을 받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또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2곳에서 모두 47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원전 수(水)처리 전문기업인 한국정수공업의 이 회장으로부터 납품계약 체결 등에 대한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뿌리부터 썩은 ‘원전마피아’

원전비리가 이처럼 조직적이고 유동적인 것은 일명 원전마피아라 불리는 집단이 원자력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품부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승인하고 있다. 한수원과 납품업체들은 기술개발보다는 쉽고 빠른 뇌물과 향응 그리고 비리가 익숙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원자력산업계 총체적인 부패구조와 그 이면에는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숨은 원전마피아의 힘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까지 안고 있다.

원자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은 특수성이 매우 강하고 폐쇄적 독립구조로 이뤄졌다”며 “비리 또한 업계를 끌고 가는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매우 광범위 하게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비리수사가 어느 정도선까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으나 원자력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성 차원에서 강한 수사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