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 "'관치금융'의 망령 드리운 KB금융지주 사태" 비난

[파이낸셜투데이]금융감독원이 14일부터 한 달간의 일정으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상으로 종합감사에 들어간 가운데 KB금융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 회장 선출과 관련해 후보 2명의 연이은 사퇴와 강정원 행장의 회장 내정자직 전격 사퇴, 그리고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면담하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전방위 사전 조사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련의 사태전개와 관련해 세간에서는 ‘관치금융’, ‘보복성 조사’, ‘외압설’ 등의 시선이 제기됐고,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에는 강정원 행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갖고 KB금융에 둘러싼 의혹들을 “전부 말도 안되는 일, 내가 생각한 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KB관계자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사시기와 맞물려서 일이 커진 것”이라며 “어떤 은행이었어도 그 시기에 조사를 받았다면 지금과 같이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금감원의 입장을 옹호했지만 KB 측의 이러한 ‘공식입장’ 발표가 관치금융 부활 의혹이 사그러들리는 만무해 보인다.

정부 지분 소유 없는 민간 금융기관이라 할지라도
‘관(官) 눈 밖에 나면 끝’이란 세간 인식 재차 확인

 

▲ 강정원 kb국민은행장
“이번 KB금융지주 사태는 단순한 금융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KB금융지주회사가 사기업이므로, 사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한국 금융시스템과 금융기관에 대한 해외 신뢰도 추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의 경영상의 문제는 시장과 주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을 이유로 금융기관의 경영에 개입하는 타성을 버리고 규제를 하더라도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여야 한다.”

 

KB금융 회장 선임 문제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관치금융’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B금융지주 사태에 대해 자유기업원이 12일 비난 논평을 발표했다. 자유기업원은 홈페이지 CFE Viewpoint난을 통해 조동근 교수(명지대학교 경제학과)가 쓴 “‘관치금융’의 망령 드리운 KB금융지주사태”라는 논평을 게재했다.

이 논평에서 자유기업원은 “이번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사퇴로 정부가 지분을 갖지 않은 민간 금융기관이라 할지라도 ‘관(官)의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재차 확인됐다”며 이것을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의중’ 살피지 않은 괘씸죄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KB회장직 선출과 관련하여 “사외이사들끼리만 모여서 회장 내정자를 선출하는 것이 말이 되는냐”는 입장. 이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금융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판단의 기준’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에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합당한 절차에 따라 당국이 시정을 요구하면 되는데 당국은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대신 의중을 내비침으로써 피(被)규제기관이 이에 따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한 “KB금융지주는 ‘사(私)기업’이며 그 주인은 ‘주주’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감독당국이 또는 그 어떤 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관계 법령과 회사 정관에서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선출한 회장 후보를 사퇴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현재 시행중인 은행법(제22조)과 금융지주회사법(제40조)에서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그 구성원의 1/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되어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은 ‘정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고 있어 이번 강정원 행장의 내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일부 사외이사에게 잘못이 있다면 문책하면 되지, ‘회장추전위원회’라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한 “금융 당국이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선임된 내정자를 낙마시킨 것은 그 자체가 경영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B 금융지주에 대한 ‘보복성’ 종합검사

14일부터 실시된 KB금융 종합검사에 금감원의 최정예 조사인력 35∼40명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KB금융 이사회가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강정원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1라운드, 금융당국이 고강도 ‘사전검사’를 통해 강 회장 내정자를 낙마시킨 것이 2라운드라면, 14일부터 시작될 금융감독원의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가 3라운드”라며, “금융당국은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일부 사외이사를 ‘정조준’함으로써 ‘낙마’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종합검사 대상은 크게 4가지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뱅크(BCC) 인수건, 커버드(covered bond) 본드 관련 손실, 부적절한 영화 투자에 따른 손실, 금전적 지원을 통한 사외이사 장악 의혹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보복검사’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에, 조사대상 중 투자관련 손실에 대한 검사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며, “과거의 투자 사례를 복기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나머지 2개의 조사대상은 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금융당국은 황영기 전(前)KB 금융지주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2005~2007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을, 사후적(2009년 9월)으로 문제 삼아 황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며, “2008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검사했을 당시 문제없다고 결론 낸 것을 다시 문제 삼은 것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기관의 경영실태 내지 임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권의 발동은 감독당국의 고유권한이지만 금융 감독의 본연의 업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라며, “금융 감독이 상대를 혼내 주거나 자신의 의중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전가의 보도’여서는 안 되지만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항목들은 ‘보복검사’의 여운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작용 부를 수 있는 회장 선출과정

한편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총 재임기간을 제한하고 자격요건을 엄격히 하는 등 현행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후보 및 회장후보 선출 과정에 ‘주주대표’의 참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동근 교수는 “사외이사제도의 ‘큰 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필요한 미조정(微調整)의 경우, 금융당국이 나설 것이 아니라 이를 해당 기관들이 정관에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회장 선출과정에의 주주대표의 참여는 오히려 역기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며, “주주대표 참여는 주주대표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사외이사 및 회장 선출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영향력이 전달되는 통로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금융지주회사의 주주 분포 상 주주대표로 선임될 만한 주주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들 주주대표가 감독당국의 의사에 반(反)하는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 교수의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KB금융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인 바,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CEO를 낙마시키고 이미 공시한 주주총회 일정을 취소한다면 어떤 투자자가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를 자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시장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은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면서 “금융감독 당국의 힘은 단호하되 절제되고 정제된 사후 규제여야 한다. 힘이 남용되면 시장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다. 소리 없는 강물이 더 무서운 법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절차연기 요구 있었지만 외압은 아니다?

정작 KB금융지주는 ‘정부 감싸기’입장 발표…눈치보기 중
강정원 “사퇴는 내 결정, 관치 아니다”…아리송한 입장표명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11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회장 내정자직 사퇴는 스스로의 결정이라며,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조사는 관련 규정에 의해 실시한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날 강정원 행장은 “감독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세간에서 불거진 금융당국과의 불화에 따른 보복성 조사라는 시선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강조했다.

강 행장은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초반에는 조금 있었다”면서 “연기 요구를 직접 받지 않았지만 (회장추천위원회) 의장에게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외압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장선임을 연기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절차가 진행되는 차원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게 조직에 이익이 되겠다고 판단했고, 그 뜻에 따랐다”고 답했다.

강 행장은 “회장 선임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비판여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회장선임절차에 참여하는 것이 조직과 주주, 고객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고 개인적인 생각일 뿐 관치와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압의 실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언론에서) 청와대라고 하는데 국가적인 일은 다루는 곳에서 일개 금융기관의 회장 추천에 대해 거론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금융당국으로서도 ‘이사회 구조 개선작업에 돌입했으니 그 결과를 보고 (회장 선임을) 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식의 얘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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