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표현 가장 큰 차이…NLL 발언도 논란 소지

[파이낸셜투데이=박단비 기자]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 발췌록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발언과 실제 대화 내용 간 차이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대선 과정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회의록 내용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 위주로 폭로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주장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정원의 발췌본 내용이 드러난 데 이어 회의록 전문 공개도 시간문제가 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이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의원들이 발췌본을 열람한 뒤 언론에 소개했던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하지만 일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난 것은 북핵 문제와 관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고'라는 말을 사용한 대목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발췌본을 열람한 뒤 언론에 "노 전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면서 "굴욕과 굴종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발췌본 내용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6자회담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6자회담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발췌본에서의 '보고'는 이를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측은 "새누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관련 문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전체 맥락상 노 전 대통령은 서해 NLL을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나는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답변 대목에선 해석이 크게 갈린다.

김 위원장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과 관련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을 위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NLL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특유의 화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하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회담에 맡기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상대방과 토론할 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우선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식으로 동의를 표한 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화법을 구사하는데, 발췌본에선 뒷 부분 발언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2005년 미국의 북한에 대한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미국의 실책"이라고 언급했다고 알려진 부분과, 여론조사 결과 '제일 미운 나라'를 묻는 질문에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발췌록과 일치하고 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과의 대화 중 북측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과 미국에 대해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 등도 발췌본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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