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울산공장 직원 17명 강성 금속노조 가입

노조원들 “신설법인 삼성SMD 전직 고용불안 느껴”
삼성SDI “정당한 인사지시 거부 엄정 대처할 것”

삼성SDI 울산공장 직원 17명이 회사의 전직 방침 등에 반발해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합원으로 가입, ‘무노조 삼성’의 원칙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금속노조에 가입한 17명 가운데 15명은 사측이 최근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SMD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전직을 요구했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자 울산에서 천안공장으로 자신들을 전보 발령을 낸 데 대해 반발, 금속노조 울산지부를 찾아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무노조’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그룹에는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이미 노조가 구성돼있는 기업을 인수한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화재, 삼성정밀화학 등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구성된 노조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을 대상으로 삼성일반노조가 결성돼 있지만 가입률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SDI 근로자의 금속노조 가입을 계기로 삼성그룹에 노조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속노조에 가입 신청서를 낸 삼성SDI울산공장 직원 17명 가운데 15명은 MD(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부 소속이다.

이들은 삼성SDI와 삼성전자의 합작회사로 지난달 설립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삼성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직원들을 전적(轉籍 소속을 옮긴다) 시키려는 회사 방침에 반발, 지난13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합원으로 가입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은 브라운관 사업부에서 근무했는데, 지난해 이 부서가 구조조정 되면서 다른 부서로의 발령을 거부해 오다 이번에 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는 합작회사로의 전직을 원치 않는 이들 15명에 대해서는 현재 같은 회사의 천안공장으로 발령한 상태다.

삼성SDI 울산공장은 전체 직원 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삼성SMD로의 전적동의서를 받는 작업을 벌여 왔고, 최근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15명은 회사가 전적동의서를 받는데 대해 고용불안을 느낀다는 이유 등으로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삼성SDI를 산하 지회로 승인할 지 여부를 결할 방침이다.

현재 금속노조는 관련 사업장 전체를 조합원 가입대상으로 삼고 있어 금속사업장의 직원이 소속 회사의 노조 유무에 관계없이 개별적으로도 지부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SDI근로자, 최대 규모 금속노조 세력 등에 업나

삼성SDI 울산공장 일부 직원들의 이번 금속노조 가입으로 그동안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그룹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재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특히 국내 최대 산별노조이자 최강성으로 알려진 금속노조가 삼성그룹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에는 인수합병과정에서 이미 노조가 구성돼 있었던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구성된 노조가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의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에,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한국노총에 각각 가입돼 있다.

다만 삼성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삼성일반노조가 결성돼 있지만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것만 알려져 있고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그 동안 3~4명이 조직을 결성하겠다고 한 적은 있었지만 17명이 직접 울산지부 사무실을 방문해 가입원을 내고 조직 결성 의지를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며 “사측은 SMD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했다고 하지만 아직 공장도 건설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회사로 전직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정리해고를 위한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고용에 불안을 느낀 삼성SDI근로자들이 강력한 노조의 지원을 받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이라며 “허울뿐인 노사협의회를 사원대표기구라고 앉혀놓고, 단지 설명에 불과한 ‘전적동의서’에서 고용을 보장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삼성SDI “무노조 원칙 깨진다고 볼 사안은 아냐”

그러나 삼성SDI 측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즉 일부 직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보다는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에 거부하는 것은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삼성SDI 한 관계자는 “전체 2540명의 직원 가운데 극소수인 17명 만이 전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SMD 신설회사로 전적할 시에도 회사 소속만 바뀔 뿐 동일지역에서 동일업무를 수행하고 처우는 오히려 개선되는데도 금속노조에 가입한 17명은 신설회사로의 전적을 거부하고 SDI내 잔류 시 근무가 가능한 타 사업부문으로의 전환배치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삼성SMD 신설회사 설립은 사원대표기구와의 협의,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필요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면서 “특히 해당 사업부 임직원의 100% 고용승계를 전제로 했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사유 및 이해부족으로 인한 극소수의 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더 나은 근무환경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전직에 동의했다는 것” 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 이번 삼성SDI울산 공장 직원의 금속노조 가입으로 삼성의 무노조 원칙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이 관계자는 “‘무노조’라는 말보다는 ‘노조’가 필요치 않는 ‘비노조’ 경영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 “꼭 무노조 원칙이 깨진다고 볼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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