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 공장 속속 가동 중단
로이터통신 “중국 내 외국 제조업계가 타격 받고 있어”
정부 및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지원으로 향후 우호적인 관계 형성 전망도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일명 ‘우한 폐렴’으로 인해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산업 전반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해당 사태가 발생한 만큼 그 후폭풍으로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산 부품 재고 바닥으로 인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긴 자동차 업체, 반도체 업체 등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2020년 들어 시장 호황이 될 것이라 전망됐던 반도체 업계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 중국산 부품 재고 바닥…현대차·쌍용차 등 공장 가동 중단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 공장 휴업을 연장하면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은 통상 사흘에서 길게는 일주일치 정도의 재고를 확보해왔다. 주된 중국산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경우 차량 모델과 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모두 상이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명 ‘배선 뭉치’로 불리는 해당 부품은 자동차 초기,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리는 것으로, 그 일부만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협의를 열고 공장별·라인별 휴업계획에 합의했다.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은 이날 오전 이미 생산가동을 중단했으며, 오후부터 공식적인 휴업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또 포터를 생산하는 4공장 1개 라인 역시 이날 오후부터 휴업하고, 코나와 벨로스터 등을 생산하는 1공장은 5일부터 휴업에 들어가는 등 울산 4개 공장 모두 순차적으로 휴업에 돌입해 7일부터 모든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된다. 전주와 아산공장 또한 6일과 7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 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기아차 또한 이미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했으며, 조만간 가동이 중단될 전망이다.

쌍용차 또한 4일부터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공시한 바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를 주로 공급 받던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쌍용차는 오는 12일까지 약 일주일간 평택 공장의 가동을 멈춘다.

마찬가지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또한 생산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 ‘이제 한숨 돌렸는데...’ 또다시 빨간불 켜진 반도체 산업

반도체 D램 가격이 다시금 반등하며 오랜 침체기를 깰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 업계에는 다시금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내 공장들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수출품목의 수요가 줄어드는 탓이다.

사실 자동차 업계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가 반도체 생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중국 내에 위치한 삼성, SK하이닉스 등의 D램 및 낸드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안과 쑤저우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라인을 춘절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해왔고, 현재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우시 공장을 최소 인력으로 가동,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가 공장 가동 중단 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최소한으로라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로서는 단기적으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지속될 경우 각 기업이 예정했던 증설을 이행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시안에서의 낸드 생산능력(CAPA)을 증설 중에 있다.

수요 측면에서 또한 메모리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 수요처로 가기 전 단계인 중간 공급망이 되는 PC, 서버, 스마트폰 제조업자개발생산(ODM)사의 중국 생산 비중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 될 경우 메모리 수요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생산 재개 일자가 한번 더 지연되지 않는다면,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지연될 시 2분기에는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상승률이 하향조정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폰 시장도 타격’ SA,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기존 전망치보다 2% 줄어들 전망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가 간 무역에 영향에 미칠 것은 자명하다.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인만큼 그 시장의 리스크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전망치보다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5G 상용화와 확산에 따라 역성장을 멈추고 2~3% 성장해 출하량 15억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마트폰 공급과 수요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A는 “중국은 전세계 스마트폰 70%의 제조를 책임지고 있어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큰 중국부터 일본, 미국 등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의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동해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장기화 될 경우에는 각 부품의 안전 재고 물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완성품 업체의 타격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 ‘잇따른 기부 행렬’ 신종 코로나 사태 해결 시, 국내 기업 훈풍 불지도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국내 기업들에게 다소 ‘냉랭’했던 중국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를 비롯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마스크, 방호복 등과 함께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덕분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SK, 한미약품, 포스코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중국 내에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삼성 3000만위안(한화 약 51억원), 현대차그룹 1500만위안(한화 약 25억3000만원), 포스코 600만위안(한화 약 10억2000만원) 등 기부금 행렬이 이어졌으며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구호물품 조달도 함께 했다.

이에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한국 기업의 자세한 기부소식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지지 메시지를 소개하며 호의적인 뉘앙스를 내비쳤다. 중국의 네티즌들 또한 “외국 기업들이 큰 금액을 선뜻 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다음에는 꼭 삼성 휴대전화를 사용하겠다”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러한 반응들을 토대로 업계에서는 향후 냉각됐던 한·중 간의 관계가 해빙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