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12월 13일 태국 방콕 아이콘시암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팀 쿡 애플 CEO SNS

CEO 취임 후 단 한 번도 한국을 공식 방문한 적 없는 팀 쿡 애플 CEO가 일본에 이어 동남아 국가들을 순회하고 있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한국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라이벌 삼성전자의 본진인 한국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팀 쿡 CEO는 지난 8일 일본, 11일 싱가포르에 이어 13일 태국을 방문했다. 태국에서는 왓 아룬 사원을 방문하고 여자 배구팀을 만나기도 하는 등 마치 선거를 앞둔 정치인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강력한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의 본거지여서 일부러 한국 소비자 홀대 논란이 지속돼도 계속 ‘코리아 패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팀 쿡 CEO의 일본 방문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었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아이폰 시장점유율이 높아서 방문했다는 분석이 많지만, 태국은 애플 점유율이 10%에 못 미치는 곳이다.

한국에서 애플 점유율이 낮아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은 아닌 셈이다. 국내 애플 이용자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여전히 코리아 패싱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애플 이용자는 대부분 계속 애플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월드다이렉트에서 아이폰11 시리즈를 예약한 가입자의 92.6%는 전작 아이폰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애플의 안방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애플의 심장부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시리즈 언팩’ 행사를 개최했다. 8월에는 애플의 ‘안방’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노트10 시리즈 언팩’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애플 ‘본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삼성전자 체험관을 개점하는 등 애플의 성지에서 보란 듯이 자사 제품을 선보였다.

반면 애플은 국내에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팀 쿡 CEO의 공식 방문도 없었고, 가로수길에 애플스토어가 개점한 것도 지난해 1월이었다. 또 한국은 빈번하게 아이폰 등 각종 제품 1차 출시국에서 제외돼 왔다. 국내 소비자를 홀대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을 발표한 ‘맥북’을 국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시행하지 않아 지난 10월 기준 리콜 달성률이 15%대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초에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되는 ‘애플tv+’ 1차 서비스 국가에 한국이 제외된 바 있다.

특히 팀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해서 삼성을 걸고넘어지는 모양새다. 애플은 부품 공급과 제조 동업자 등 중국에 기반을 두고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앞서 팀 쿡 CEO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미국 수출 관세를 내지 않아 경쟁이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상품 관세 부과를 보류하면서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도 관세 부담을 면하게 됐다. 최근 미·중 무역 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른 것도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해온 팀 쿡 CEO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애플의 전략이 유효했는지 트럼프 대통령도 애플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과 트럼프 행정부 관련 인사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애플 맥프로 데스크톱 컴퓨터 조립공장을 방문해 “삼성은 훌륭한 회사지만 애플의 경쟁자”라며 “애플을 삼성과 어느 정도 비슷한 기준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