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CEO 임기 만료 ‘카운트다운’, 거취 관심 집중
보험업계 CEO 임기 만료 ‘카운트다운’, 거취 관심 집중
  • 한종해 기자
  • 승인 2019.11.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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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왼쪽부터)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지난해부터 이어진 만성적 불황으로 보험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연말 주어진 임기가 끝나는 CEO가 속속들이 등장, 이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을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보험사 CEO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등 4인이다.

◆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실적 감소했지만 재연임 가능성↑

이미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해 4년째 KB손보를 이끄는 양종희 사장은 올 한해 성적만 보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KB손보는 3분기 6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25.5%나 감소한 수치다. 누적 순이익은 23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3% 줄었다. 같은 기간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상회했다. 실손보험 손해율도 100%를 상회했다.

업계 순위도 하락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업계 4위던 KB손보는 올해 메리츠화재에 자리를 내줬다.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점도 악재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육체노동자의 노동 연한 확대, 차량 부품가격 및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보험료 인상 억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반적인 실적 저하를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양 사장의 연임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 사장이 임기가 1년 남아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텁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윤 회장이 2014년 회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와 재무담당 부사장 등으로 재직하며 손발을 맞춰왔다. 특히 2015년 KB금융이 옛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과정을 총괄하며 안정적인 결과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신임을 받았다.

양 사장이 취임 후 KB손보의 위상을 향상했다는 점도 연임에 기대를 걸게 하는 부분이다.

양 사장은 취임 직후 “시장점유율(MS) 성장을 추구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내실에 집중하는 경영을 펼쳐왔다. 오프라인 설계사조직의 전문화를 추진하면서 다이렉트 본부를 신설하며 차별화에 나섰고, KB손보의 약점이던 손해율 문제는 다이렉트 채널을 중심으로 우량고객 모집에 집중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LIG손보 인수 이후 당시 1727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말 3604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 또한 9조1194억원에서 9조7237억원으로 6043억원 늘며 10조원을 넘보게 됐다. 손해율은 86.7%에서 82.2%로 줄어들었고,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은 170.2%에서 190.3%로 개선됐다.

양 사장은 취임 당시 보험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시장의 우려를 과감한 디지털 혁신과 직원 친화 경영으로 돌파해 나갔다. 지난해 초 ‘2019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경영기반 구축을 중점 추진과제로 지목한 양 사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스마트 스크래핑’ 시스템을 탑재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카카오와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등기우편서비스를 제공하고, 온라인 미디어 센터인 ‘KB인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KB손보의 최근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내·외부에서 특별한 대체 인사가 나오지 않는 한 KB손보가 당분간 양 사장 체제로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 실적 대폭 개선됐지만 최근 논란이 변수

KB금융지주의 또 다른 보험계열사를 이끄는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의 연임에는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만료되는 임기가 첫 2년 임기인 데다 실적까지 상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재무관리 부장, 재무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2016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2017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치며 KB금융그룹 내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KB그룹의 옛 LIG손보와 옛 현대증권 인수 작업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어 ‘M&A 전문가’로 불리기도 한다. 허 사장이 KB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KB생명의 대표로 내정됐을 때 ‘구원투수’로 인식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허 사장 취임 이후 KB생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KB생명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5.8% 증가한 182억원을 달성했다. 수입보험료도 99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 확대됐다.

허 사장은 온라인사업과 디지털 부문에도 힘을 쏟으며 KB생명의 체질 개선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생명은 지난해 ‘신영업추진부’를 신설하고 온라인시장과 모바일시장, 퇴직연금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에는 ‘디지털고객지원본부’를 신설하고 디지털기술의 고도화와 기존업무절차의 시스템화 등을 중점 추진 중이다.

다만 부당환수 논란 및 불완전판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청왇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생명에서 텔레마케터 보험 영업직으로 근무했던 직원의 부당환수에 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글 게시자는 “퇴사하고 약 2년이 지난 시점에 KB생명에서 취소나 해지 등 민원에 대한 금액(5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등 다양)을 회사 계좌번호로 입금하라는 우편물이 날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KB생명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채권추심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이러한 우편을 받은 직원들은 심한 충격과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청원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원이 마감된 ▲보험회사의 부당공동행위(담합): 퇴사한 지 5년 된 사원에 대한 부당 환수 ▲KB생명보험사의 부당비리 운영고발 등도 비슷한 피해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불완전판매도 문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불완전판매현황’에 따르면 2018년 불완전판매 건수가 1년 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생명보험회사는 KB생명(28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상품 내용이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 계열사 CEO의 경우 기본 2년 임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되는 형태라 연임 가능성은 높다”며 “최근 불거진 부당환수 의혹과 관련해 허 사장이 지난해 취임한 만큼 직접적인 책임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교체 가능성 높아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은 올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임기가 대개 ‘1+1년’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지난해 1월 농협손보 사장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오 사장 전임인 이윤배 전 사장은 2016년 취임 후 1+1년 임기를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인사 관행과 상관없이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도 악재다. 오 사장은 대표에 취임하면서 “보장성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의 판매 강화는 물론 수익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농작물 재해보험을 비롯한 농업정책보험을 활성화해 농업인의 실익을 증진하고 새로운 정책보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농협손보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지난해 부진한 성적의 기저효과라는 의견이 많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20억원을 기록했다. 기록적인 더위로 인해 가축과 농작물의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실적은 지난 4월 강원도 산불과 10월 발생한 태풍으로 인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긍정적인 지표도 없는 것은 아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보인 ‘On-Off 여행자보험’이 흥행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 게 대표적이다. 농협손보의 ‘On-Off 여행자보험’은 켜고 끄는 ‘스위치’ 방식의 해외여행자보험으로, 특정 기간 내에 해외여행자보험에 반복 가입할 때 설명이나 공인인증 등 별도의 절차 없이 간편하게 가입과 해지가 가능하다. ‘On-Off 여행자보험’은 보험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농협손보는 ‘On-Off 여행자보험’에 힘입어 올 1월부터 10월 말까지 총 6만6000여건의 해외여행자보험 누적 가입 건수를 기록했다.

‘다이렉트보험 e-쿠폰’ 역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다이렉트보험 e-쿠폰’은 모바일로 커피 쿠폰을 선물하듯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보험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올 연말 시범 서비스 후 내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관련 혁신금융서비스 4개 중 2개가 농협손보에서 출시한 서비스라는 점은 높게 살 만하지만 오병관 사장이 이미 한차례 연임을 한데다, 올해 작은 태풍 등으로 실적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례를 깨는 연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 ‘구원투수’ 역할 톡톡

NH농협금융 자회사 대표 임기가 ‘1+1’은 지켜진다는 점에서 올해 1월 취임한 홍재은 NH농협생명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 실적 또한 긍정적이다.

홍 사장은 올해 농협생명 ‘구원투수’로 등판해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 상품 위주로 영업구조를 바꾸고, 중장기적 관점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체질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4분기 1409억원 순손실을 본 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6억원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하고, 이어 2분기 121억원, 3분기 247억원을 기록했다. 보장성보험 수입은 상반기 초회 보험료 수입의 33.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포인트 증가했다. 보유 계약 중 보장성보험의 비중도 같은 기간 51.6%에서 54.4%로 2.9%포인트 확대됐다.

10여년간의 전문 경력과 뛰어난 시장 통찰력도 강점이다. 홍 사장은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PE단 단장, 농협은행 자금부 부장을 거쳐 2017년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분 부문장을 역임하는 등 농협금융 내에서 ‘전략기획 전문가’이자 ‘재무통’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홍 사장이 취임 후 1년 동안 농협생명의 체질 개선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며 “임기를 무난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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