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리더십 인정받은 허인, 차기 행장 후보 확정
디지털 사업 가속화…‘Liiv M’으로 통신업까지 진출
허인, 임직원에 고객·혁신·사회적 책임 강조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이 겹경사를 맞았다. 사실상 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금융권 최초로 통신업 진출의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아직 절차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제가 성실하게 남은 절차를 잘 진행하고 확정이 되면 그때 기자분들께 다시 한 번 (제 소회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Liiv M(리브엠)’ 론칭행사에서 연임을 하게 된 소회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허 행장이 이같이 답했다. 지난 24일 차기 행장후보로 재선정 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업계에서는 이미 허 행장의 연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 ‘젊은 경영’ 보여준 허인 국민은행장

허 행장은 2017년 11월 은행장으로 취임해 국민은행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3년간 은행장직을 겸임해오다 허 행장에게 국민은행을 맡긴 것이다.

당시 61년생으로 은행권 수장 중 가장 젊은 허 행장을 두고 국민은행이 세대교체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젊은 피를 수혈한 국민은행이 혁신적인 행보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 행장은 취임 이후 고객과 직원의 행복을 강조하며 안정적으로 국민은행을 이끌어 나갔다. 허 행장이 취임하기 전 국민은행의 2017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324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2조793억원으로 약 7.6% 증가했다. 다만 올해 3분기에는 일회성 요인 등의 이유로 순이익이 2조6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하며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허 행장은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여직원 유니폼을 폐지하고 캐주얼한 복장을 도입하는 한편 팀장과 팀원들이 나란히 앉아 수평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자리 배치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 6월부터는 형식에 치우쳐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업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파워포인트(PPT)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이는 보고 및 회의 시 ‘있어보이기’ 위해 수십장의 PPT를 작성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 같은 허 행장의 행보에 KB금융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취임 이후 꾸준한 실적 성장 등 탄탄한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특유의 적극적 소통과 화합의 경영으로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인 현 은행장을 KB국미은행장 후보로 재선정 했다”고 밝혔다.

허인 은행장의 연임은 이달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의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확정된다.

KB국민은행이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리브M’의 론칭행사를 개최했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 디지털 ‘광폭’ 행보…통신업까지 진출

허 행장은 금융권에 부는 디지털 바람에 발맞춰 KB금융 내에서 디지털 행보에 앞장 서기도 했다. 허 행장은 작년 11월 ‘KB Digital Transformation’을 선포하며 디지털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 정맥인증 서비스인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전국 영업 점포에서 확대 시행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출금 서비스는 손바닥 정맥 데이터를 등록하면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 없이 예금을 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 4월 50개 영업점에 시범적으로 처음 도입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시범 도입 이후 고객들의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해 외화예금과 펀드, 신탁 등 다양한 업무에서도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IT 전문인력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실험적인 디지털 지점 ‘KB 인사이트(InsigT)’를 서울시 여의도에 개설하기도 했다. 해당 지점은 오직 IT 전문인력으로만 운영된다.

직원들은 KB 인사이트 지점을 통해 직접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소통하면서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고, 국민은행은 실험적인 서비스를 KB 인사이트 지점에서 먼저 테스트해볼 수 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스타트업 기업이 사업 제안을 즉시 할 수 있도록 지점 창구에 ‘테크 데스크’를 설치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허 행장은 업계 최초로 국민은행을 통신업 진출까지 이끌었다. 국민은행은 지난 28일 가상통신망(MVNO) 서비스 ‘리브엠(Liiv M)’의 출시를 알리며 금융·통신의 융합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리브엠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된 혁신금융 서비스로 KB모바일인증서를 탑재한 USIM을 통해 KB금융의 모바일 서비스를 지원한다. 별도의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과 편리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동통신망은 LG유플러스가 제공한다.

특히 국민은행은 MVNO 사업자 중 최초로 5G요금제를 지원하며 눈길을 모았다. 리브엠에서 출시되는 5G 요금제는 ▲5G Lite 요금제(월 4만4000원, 9GB) ▲5G Special 요금제(월 6만6000원, 180GB) 총 두가지이며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료로 제공된다.

더불어 금융거래 실적과 제휴카드 청구 할인 혜택으로 월 최대 3만7000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어 5G요금제를 최저 7000원부터 이용해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 통신업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내기 보다 마진을 최소화하고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허 행장은 “리브엠은 혁신의 완성품이 아니라 혁신의 시작이다”며 “이것을 통해 통신과 금융이 어떻게 융합되고, 더 좋은 스마트 금융이 소비자를 위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지금부터 우리가 준비하고 만들어갈 부분이다”고 밝혔다.

◆ 18주년 맞은 국민은행…고객·혁신·사회적 책임 당부

허 행장은 1일 국민은행 창립 18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특히 현재 국민은행은 4차 산업혁명의 대 전환기와 사상 초유의 저금리·저성장에 직면해 존망의 기로에 서있다며 고객 중심의 가치와 금융서비스의 혁신,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허 행장은 최근 은행권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상품 손실 이슈를 예로 들면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금융인으로서의 사명’을 당부했다.

허 행장은 “고객보다 더 먼저인 가치는 없다”며 “당장 눈앞의 숫자가 아니라 고객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은행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는 가장 바른 길임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정신도 주문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은 물론 비금융 분야, 글로벌, 디지털 영역 등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은 금융사 최초로 금융과 통신이 결합된 리브엠 혁신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며 “앞으로는 디지털에서 시작한 금융영토 확장을, 공간으로는 신흥국을 넘어 선진 금융시장까지 확장해 나가고, 업무로는 CIB, 자본시장, WM 등 신성장 분야 전 부문에 걸쳐 그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경(Environment)와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ESG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허 행장은 “요즘 미세먼지, 폭염, 태풍 같은 기후변화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환경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며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투자 등을 확대했다. 또한 실생활에서도 친환경 자재 사용 등의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환경과 사회, 그리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국민은행이 될 수 있도록 뜻과 의지를 모아 나가자”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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