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전 중앙1구역 및 부산 부곡2구역 수주 그쳐
“신규 브랜드 론칭 및 리뉴얼 등 수주전략 내부 검토 중”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가 쪼그라들면서 악화된 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한 건설사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주요 대형건설사들을 비롯해 중견 건설사들까지 앞다퉈 브랜드 리뉴얼 및 특화설계 등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유독 SK건설만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비사업장에서 모습을 감춘 SK건설이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수주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SK건설의 주택사업 성적표는 처참하다. 지난 4월 대전 중앙1구역에서 유일하게 재개발 단독 수주에 성공했다. GS건설과 컨소시엄 방식으로 수주권을 따낸 부산 부곡2구역을 더하면 두 건에 불과하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 불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참여 의지를 드러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쓸쓸히 물러났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조합원들의 단일 수주 요구가 거세지면서 부담을 느껴 결국 최종 입찰을 포기했다.

이를 두고 타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주택브랜드를 내세워 수주전에 참여한 탓에 SK건설이 어렵게 입찰에 나섰더라도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일부 추측도 나온다.

SK건설이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데는 그간 해외 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뒤처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SK건설은 해외 수주 물량이 줄면서 뒤늦게 국내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다만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시장 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SK건설의 주택브랜드 ‘SK뷰(SK VIEW)’만으로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힘들어졌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들 사이에서 ‘브랜드가 곧 품질’이라며 대형 건설사들의 단독 수주를 원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족 구성원이 달라지고 생활방식이 변해가면서 집도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올초부터 건설사들이 진행한 브랜드 리뉴얼은 단순히 로고를 바꾸거나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해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새롭게 심어주고자 사업 전반에 걸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국에서 청약한 재개발·재건축 신규 단지는 25곳, 총 2만6302가구다.

이 중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가 시공한 브랜드 단지는 9곳, 1만4767가구(컨소시엄 포함)다. 정비사업을 한 신규 단지에는 총 12만8286명의 청약자가 몰렸는데 이 중 브랜드 단지에는 전체의 67.44%인 8만6521명이 집중됐다. 이들 9개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모두 채웠으나 이를 제외한 16개 단지 중 3곳은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건설사들의 브랜드 인지도 및 특화설계 등이 수요자들의 주택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SK건설 수주전략에도 일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SK건설은 2001년 SK뷰 론칭 이후 2010년 10주년을 맞아 심볼과 로고타입을 변경, 현재까지 단일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 여건에 따라 단독수주가 가능한 곳은 단독으로 하는 거고 아닌 곳은 컨소시엄으로 진행하는 등 사업장 특성에 맞게 수주가 이뤄지는 거다”라며 “연말까지 도시정비사업 부분에서 전국적으로 기대하는 프로젝트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I 리뉴얼 및 브랜드 강화 부분은 계속해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한남3구역 역시 브랜드가 약해서 입찰을 포기했다기 보다 현장설명회 이후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사업성을 따져 결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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