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금감원 지급 권고 → 암보험 지급률 저조, 즉시연금은 가입자와 소송불사
소송까지 갈 경우 포기하는 가입자 생겨
소멸시효 완성해 총 지급금 줄이려는 삼성생명의 꼼수

사진=연합뉴스

보험 소비자가 보험을 가입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혹시라도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질병 또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막상 보험금을 받아야 할 시점이 됐을 때 보험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치료에만 집중해야 할 환자는 보험사와의 분쟁과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한다.

이 같은 분쟁과 소송의 중심에 서 있는 회사로는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첫 번째로 꼽힌다. 암보험과 즉시연금보험 등 각종 분쟁과 소송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암보험 분쟁

암보험과 관련된 분쟁은 요양병원 입원비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다.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있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조건이 구체화 돼 있지 않아 분쟁이 촉발됐다.

가입자들은 요양병원 입원도 직접치료에 포함된다며 보험금을 요구했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금감원은 30여개의 판례와 지난해 9월 관련 민원에 대해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에 대해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고 이후 각 보험사에 재검토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금감원의 권고에도 삼성생명의 암보험금 지급률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보험사별 암입원 보험금 분쟁처리 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의 지급 권고에 대해 삼성생명이 ‘전부수용’을 결정한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43.8%(196건)에 그쳤다.

이는 삼성생명을 포함한 소위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81.1%), 교보생명(71.1%) 중 가장 낮은 수치일 뿐 아니라 미래에셋생명(76.5%), 오렌지라이프(70%), NH농협생명(100%) 등 경쟁사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뿐 아니라 삼성생명의 경우 암보험 가입자들의 성토 대상으로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전재수 의원 주최로 열린 ‘암보험 가입자 보호 방안 모색을 위한 사례 발표 및 토론회’에서는 동일한 암보험을 가입했는데도 신한생명에서는 보험금을 100%지급 받았지만 삼성생명은 “암의 직접치료가 아니다”란 이유를 들어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삼성생명과 즉시연금 소송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와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 56명이 집단으로 제기했다.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공동 원고단을 모집해 단체로 소송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험 상품의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계약자에게 덜 준 보험금 5억2149만원을 돌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해 분조위는 삼성생명을 포함한 21개 생보사에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공제한 즉시연금 과소 지급액을 계약자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추가 지급액은 모두 7750억원으로 이중 삼성생명 부담액이 54.2%(42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법원 판결을 받아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금감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시연금은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납입하면 그에 대한 이자를 매월 연금으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은 만기 시에 납입했던 보험료 전액을 그대로 돌려주는 만기환급형 또는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이다.

보험사들은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지급했는데 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지급한다’는 항목을 약관에 명시하지도 이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용을 공제했기 때문에 공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약관의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제한다는 것은 계약자와 보험사 간 이해를 했을 부분이고 보험업 규정상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산출방법서에 기재된 산술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약관에 넣는다고 해서 실질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례 남기지 않기 위해서? 총 지급금 줄이려는 꼼수?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이같이 가입자와 분쟁과 소송을 벌이는 처사에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자체 법무팀과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보험사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인 보험 가입자가 소송에서 맞붙을 경우 보험 가입자가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소송을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사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즉시연금만 해도 지급금이 4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추후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즉시연금 사태처럼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가입자들의 상당수는 소멸시효 만료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이 끝나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보험청구권 소멸시효(3년)를 완성해 총 지급금을 줄이려는 삼성생명의 꼼수라는 것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회사는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차질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첫 번째 책무인데도 약관에 명시된 사항조차 못 주겠다고 보험사가 발뺌하는 것을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괘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명색이 업계 1위 회사인 삼성생명이 약관 해석에 있어서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에는 가입자에 유리하게 해석을 한다는 약관 해석의 원칙조차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일갈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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