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전산 장애…보안 불감증 걸린 증권사
줄 잇는 전산 장애…보안 불감증 걸린 증권사
  • 김민아 기자
  • 승인 2019.09.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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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유진투자증권 전산 장애로 소송 위기, 보상도 허술
연례행사 자리 잡은 시스템 오류…전산 운용비 줄이는 증권사
유진투자증권(왼쪽)과 KB증권이 전산 장애로 집단 소송 위기에 놓였다.사진=각 사
유진투자증권(왼쪽)과 KB증권이 전산 장애로 집단 소송 위기에 놓였다.사진=각 사

전 산업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증권사 역시 최전방에서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산 장애’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집단 소송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발생한 전산 사고가 원인이 됐다. 앞서 지난달 9일 유진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2분부터 HTS와 MTS 장애로 접속 및 주문이 불가능해 고객들의 주식 거래에 차질을 빚었다. 비대면계좌개설도 불가능했다. 이후 정오(12시)를 기점으로 전산 장애가 복구돼 HTS와 MTS가 정상가동됐다. 장애 3시간이 지나서야 복구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서버 시스템 내부 일부 프로그램의 비정상적인 작동에 따른 시스템 오류로 파악됐고 추후 정확한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방안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13일 유진투자증권은 고객 피해 보상을 진행한다며 보상 기준을 발표했다. 보상 기준은 ▲전산 장애 시간 중 매도주문이 접수되지 않거나 체결되지 않은 경우 ▲전산 장애 시간 중 체결 가능한 가격 범위 내 주문 ▲전산 장애 복구 후 매도주문이 완료돼 손실금액이 확정된 경우 등이다.

일부 피해고객들은 이에 반발했다. 이들은 장 시작부터 3시간 넘는 오류가 발생하고 전산 장애 당일 또는 이후에 매도에 대한 적극적인 공지 안내가 없었던 것, 보상안으로 상품권을 제안한 것 등 허술한 보상책을 내세운 것 등에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고객들은 ‘유진투자증권 소송 카페’를 만들고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금융감독원이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사에는 HTS, MTS 접속 장애 등도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전 사전 조사 개념인 부문 검사를 일주일간 진행하고 이달 말부터 3~4주에 걸쳐 종합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피해고객 보상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대부분 보상금을 받고 민원 취하하는 등 마무리됐다”며 “소송을 진행하는 분들은 피해보상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준 자체에 불만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보상은 잘 진행되고 있고 불만이 있는 일부 고객과도 끝까지 소통해서 불만이 해소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 전산 장애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째 발생했다. 지난 1월과 2월 KB증권의 HTS, MTS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5월에는 미래에셋대우에서 주문 지연 사태가 일어났다. 특히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돼 투자자들의 접속이 늘어난 상황에서 발생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2월에 발생한 KB증권 시스템 오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오찬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수가 급락한 직후 발생했다. 7월 발생한 미래에셋대우 사태 역시 전일 미·중 무역전쟁 이 재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투자자들이 장 초반 몰리며 오류가 일어났다. 이 중 KB증권에는 지난 7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이에 전산 장애 관련 민원도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증권업 민원은 65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3건) 대비 28.3% 증가했다. 전체 금융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지만 증가폭은 가장 컸다.

이중 ‘내부통제·전산’, ‘주식매매’, ‘발행·유통시장공시’ 유형이 증가했다. 사이버거래시스템 장애, 금융회사 내부업무처리 관련 사항 등을 포함하는 민원인 ‘내부통제·전산’ 유형은 지난해 1분기 100건에서 올해 206건으로 106%나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보안 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디지털 관련 서비스는 앞다퉈 선보이면서도 관리 비용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7개 증권사의 전체 전산 운용비는 25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641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증권사의 2017년 6월 말 기준 판관비 대비 전산 운용비 비중은 6.6%였지만 지난해 6.3%, 올해 5.8%로 매년 감소했다. 디지털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산 비용은 줄이고 있는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기본적으로 전산 장애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강 국장은 “현재 피해보상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HTS나 MTS에 접속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다면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전산 장애가 발생한다면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타 증권사 시스템과 제휴해 거래는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스템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할 책임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강 국장은 “금융당국의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며 “현행 규정상 부과되는 과태료는 미미한 수준으로 무거운 제재를 마련해야 증권사가 보안에 투자하고 장애를 철저히 대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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