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반기 이자이익 ‘20조 돌파’
당기순이익도 ‘8조7000억원’…전년比 4000억원 증가
실적 호황에 행원 연봉도 ‘1억 돌파’ 예상
예·적금 금리 인하에 고객들은 한숨 ‘푹’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에도 올해 상반기 2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둬들이며 실적 호조를 보였다. 더불어 올해 행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자 장사로 은행들의 배만 불린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저금리에도 은행 이자이익은 두둑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4000억원 증가한 8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9000억원 증가한 2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여전히 이자이익에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상반기 1.67%였으나 올해 상반기 1.61%까지 하락했다. 예대금리 차이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0.05%p 축소한 2.02%로 나타났다.

자료=은행연합회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상반기 은행권 대출 평균금리는 3.50% 예수 평균금리는 1.49%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은행별 평균 대출금리 중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기준 ▲신한은행 3.87% ▲KB국민은행 3.96% ▲KEB하나은행 4.09% ▲우리은행 3.74%였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대출은 ▲신한은행 3.44% ▲KB국민은행 4.04% ▲KEB하나은행 3.63% ▲우리은행 3.85%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주택담보대출 중 분활상환방식(만기 10년 이상) 상품의 평균금리는 ▲▲신한은행 2.95% ▲KB국민은행 2.99% ▲KEB하나은행 2.76% ▲우리은행 2.74%였고 일시상환방식 상품의 평균금리는 ▲신한은행 3.64% ▲KB국민은행 3.50% ▲KEB하나은행 2.94% ▲우리은행 4.06%였다.

수신금리의 경우 예금 상품의 금리는 1%대 수준이었으며 대부분의 적금 상품도 2% 중반대에 머물러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수익성 지표 하락에도 은행들이 높은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의 이자수익 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2104조2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248조3000억원으로 144조1000억원 증가했다.

◆고객 예·적금 금리는 ‘하락세’ 행원들 월급은 ‘상승세’

저금리 기조는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무역 전쟁의 여파와 일본발 수출규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으며 은행들도 일제히 대출 및 예·적금 금리를 인하했다.

특히 예·적금 금리가 1~2%까지 곤두박칠 치면서 고객들은 0.1%라도 높은 금리 상품 찾기에 혈안이다. 은행들의 금리 특판 상품 이벤트에 고객들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은행 고객 A씨(27세)는 “요즘 은행 금리가 너무 낮아서 예금, 적금을 들어봤자 별 소용이 없더라”며 “이제 한동안 이자 올라갈 일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대출금리 하락에 혜택을 보는 고객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제1금융권인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사실상 고신용등급 고객에 한정되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고객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저신용자들은 제1금융권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이용한다.

연도별 상반기 행원 평균 급여. 자료=각 사

이런 상황에서 상당한 이자수익을 거둬들인 은행들은 공로를 직원들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행원들의 평균 급여는 ▲신한 4700만원 ▲국민은행 5200만원 ▲하나은행 5700만원 ▲우리은행 4700만원이다. 상반기에 4대 은행이 지급한 급여는 평균 5075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4700만원)보다 7.98% 증가했다.

반기 평균 급여가 5000만원을 넘어서면서 행원들의 평균 연봉도 올해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행원들의 평균 연봉은 ▲신한은행 9600만원 ▲국민은행 9000만원 ▲하나은행 9400만원 ▲우리은행 9200만원으로 1억원을 넘지는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로 호실적을 거두고선 그러한 공로를 고객이 아닌 행원들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고객 B씨(25세)는 “금리는 내려가는데 행원들 월급이 상승하는 걸 보니 솔직히 화가 나긴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상반기 은행권 비이자수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5000억원 증가한 3조6000억원에 그쳤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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