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 개혁’ 홀로 ‘NO’하는 의료계
[기자수첩] ‘실손보험 개혁’ 홀로 ‘NO’하는 의료계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8.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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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진명 기자
사진=이진명 기자

“실손보험 있으세요?”

보험회사 설계사가 고객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병원의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질문이다.

실손보험은 병원 치료비를 급여나 비급여 상관없이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우리나라 국민 3426만명(2019년 3월말 기준)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모든 병원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병원에서 치료나 수술 전에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고 비급여에 해당하는 고가의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된 진료 항목으로 병원이 자체적으로 진료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에 병원간 차이가 나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 고가의 치료비가 들더라도 본인부담금 1~2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나중에 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법, 더 좋은 수술이라는 의사의 권유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병원은 비급여 치료로 수입에 보탬이 돼 좋고 환자는 더 좋은 치료를 받아서 좋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이런 의료계도 실손보험의 개혁에는 손사래를 친다. 실손보험 개혁을 한다고 해서 환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간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절차가 다소 불편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청구절차에 비해 받을 보험금이 적은 소액 청구인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해 소비자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며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고 이에 꾸준히 청구 간소화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2010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이래 지난 10년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의료계 등 이해당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중 유독 의료계가 홀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개인정보유출 등 소비자보호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진료 정보의 공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서류 전송업무를 심평원에 위탁하도록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일일이 서류를 발급·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고 소액의 보험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을 심평원이 들여다볼 가능성과 이로 인해 진료비 적정성 문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되면 지금까지 병원 자율적으로 책정된 비급여 진료비를 심평원이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할 여지가 커지고 급기야 진료비가 깎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비가 깎이면 자연스럽게 병원 수입도 감소하게 된다.

대다수 국민의 편익이 달린 문제를 의료계가 홀로 반대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의료계가 공식적인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구 간소화를 주제로 한 간담회와 공청회 등 의료계의 모습은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성명을 통해 청구 간소화 관련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될 경우 전국 13만 회원의 강력한 투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의료계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계속 거부한다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과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수입감소로 이어질까 청구 간소화를 반대한다는 오명을 쓰기 전에 문제가 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정정당당히 대화의 장으로 나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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