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2강 구도를 형성한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막강한 IP로 무장한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들고나왔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토종 OTT 연합을 결성해 통합법인 ‘웨이브(wavve)’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웨이브는 콘텐츠 확보·자본력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글로벌 OTT와 경쟁 구도 형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마블’ IP 적극 활용하는 디즈니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 토종 OTT 웨이브가 9월 출범을 목표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디즈니는 신규 OTT 디즈니 플러스를 오는 11월부터 정식 서비스할 계획이다.

서비스는 북미를 시작으로 한국에는 2020년 1분기에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월 6.99달러로 책정됐다. 넷플릭스의 가장 싼 베이직 요금제(8.99달러)보다 저렴하다.

디즈니 플러스는 막강한 IP로 무장했다. ▲미키마우스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인어공주 ▲심슨가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스타워즈 등 자사의 유명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한다.

주요 콘텐츠로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거의 풀리지 않았던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등 7000여편의 TV 시리즈와 500여편의 영화가 제공될 예정이다.

또 디즈니는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팝컬처 축제 ‘코믹콘(Comic con)’을 통해 ▲마동석이 주연 캐릭터 ‘길가메시’를 연기하는 영화 ‘이터널즈(Eternals)’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와 스토리가 이어지는 ‘완다비전’ 등 디즈니 플러스가 MCU와 연계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마블 IP를 활용한 디즈니 플러스 독점 드라마에는 영화에서 연기한 배우가 그대로 드라마에 출연한다.

이외에도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 진입 등에 따른 글로벌 OTT 시장 경쟁환경·사업전략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향후 디즈니가 보유한 여타 OTT 서비스인 ESPN과 훌루와 결합 판매 방안도 검토 중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ESPN 및 훌루와 결합하면 디즈니 플러스는 전연령 관람가 위주로, 성인 취향의 콘텐츠는 ESPN 플러스와 훌루를 통해 즐길 수 있어 고객층이 넓어질 전망이다.

◆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하는 넷플릭스

OTT 시장에서 공세를 펼치던 넷플릭스는 최근 주요 IP를 잃으며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1억39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투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업에서 OTT로 사업을 전환했을 당시에도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주력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도 지난 1월 25일 공개한 ‘킹덤’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하 청불) 콘텐츠도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25일까지 10년 동안 심의한 비디오물 6만1489건 중 넷플릭스가 심의를 요청한 것은 4558건이고, 그 중 청불 등급을 받은 것이 1658건(37.2%)이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1589건까지 합하면 넷플릭스가 심의받은 비디오물 중 73%에 달한다.

종류가 풍부한 덕분에 ‘에로틱 로맨스 영화’ 같은 숨겨진 동영상 분류를 찾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곤 한다. ‘킹덤’ 역시 청불 콘텐츠다. 서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최근 IP를 가진 기업들이 넷플릭스에 빌려주던 콘텐츠를 회수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출시한 워너미디어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시간 2위를 차지한 시트콤 ‘프렌즈’ 236개 에피소드 전편을 회수했다.

지난해 시청률 1위였던 ‘더 오피스’도 판권을 가진 NBC유니버설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독점으로 제공된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더 오피스’와 ‘프렌즈’는 지난해 넷플릭스 전체 시청시간의 40%가량을 차지했다.

넷플릭스는 ‘바이올렛 에버가든’,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등 일본 애니메이션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특히 뛰어난 작화로 호평을 받은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이 ‘제5회 교토 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작인 동명의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 웨이브와 티빙의 동상이몽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 토종 OTT가 연합한 웨이브는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 9월 출범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의 지분은 지상파 3사가 70%, SK텔레콤이 30%를 보유한다. 웨이브는 OTT 통합 플랫폼 출범을 위해 SK증권PE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500억원의 제작비가 든 것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필요한 자본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웨이브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요 콘텐츠를 가진 CJ ENM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

CJ ENM은 이미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신서유기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대탈출 ▲시그널 ▲수미네 판찬 ▲코미디빅리그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고, 향후 웨이브와 경쟁하게 될 OTT ‘티빙(tving)’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는 웨이브 출범에 앞서 푹과 옥수수 합병 승인 조건으로 ‘경쟁 OTT에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티빙에선 지상파 콘텐츠를, 푹에서는 CJ ENM의 콘텐츠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웨이브 출범 이후 티빙에서 CJ ENM과 지상파 콘텐츠를 모두 확보하게 되면 CJ ENM이 웨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CJ ENM이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VOD 콘텐츠를 지난달 17일부터 유료로 전환한 것을 두고 CJ ENM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 독립 콘텐츠 제작사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CJ ENM이 웨이브와 별개의 독자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토종 OTT 연합이 글로벌 OTT와 대결하기 전에 토종 OTT 사이에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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