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희 기자

‘750만명, 6조4000억원’, ‘300만명, 2조6000억원’

앞은 1년간 일본을 찾는 한국인의 수와 쓰는 비용이며, 뒤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과 그 비용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일본의 절반가량. 분명 문제있는 수치다.

최근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인해 국내 여행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3일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언급하며 수출 규제를 이어가자 국내에서는 자연스레 반일 정서가 고개를 들었다. 소비자들은 ‘가지 않습니다’ 구호를 외치며 자발적으로 일본여행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그간 여행 업계는 일본에 의존해 매출을 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사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매출의 30%가량을 일본상품을 통해 창출해왔다. 이는 단일국가로는 최대 수치이며, 동남아에 이은 두번째 매출원이다.

이들이 일본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후쿠시마 방사능이 유출된 2011년부터다. 2011년 이후 지난 8년간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509만명, 2017년 714만명, 지난해 7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166만명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실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5~6월간 일본행 비행기 가격은 8만~9만원 대에 거래되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안전성 논란에도 일본 정부가 관광사업에 박차를 가하자, 국내 여행 업계는 앞다퉈 일본 여행상품 개발에 앞장섰다.

여행사는 홈쇼핑, 쇼핑몰 등 판매처를 가리지 않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일본여행 상품을 쏟아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주요 도시에 이어 시마네,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 일본 소도시까지 노선을 확장했다.

이 가운데 시마네현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매년 여는 곳이다. 정기편이 투입된 후쿠시마 인근 지역은 여전히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여행업계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수익만을 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한국인 관광객이 물밀 듯 밀려들자 일본은 지난해부터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폐장됐던 해수욕장까지 하나둘 개장하고 있다. ‘먹어서 응원하자’며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판매를 장려하는 나라에서,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고 돌아왔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주요 여행사의 일본상품 신규예약률은 최대 50%이상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일본여행을 대체할 마땅한 상품을 찾지 못한 업계 관계자들의 무거운 한숨만 늘어간다. 그러나 막연히 보이콧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그간 문제의식 없이 판매했던 일본여행상품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별적 상품개발에 힘써야 할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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