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세븐’ 향한 한국 게이머들의 분노
‘에픽세븐’ 향한 한국 게이머들의 분노
  • 변인호 기자
  • 승인 2019.07.15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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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세븐 신규 영웅 릴리벳. 사진=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신규 영웅 릴리벳. 사진=스마일게이트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에 한국 게이머들의 분노가 집중되고 있다. 에픽세븐을 하는 유저들 뿐만 아니라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나서서 “이번 기회에 에픽세븐을 무너뜨려 국내 게임사들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국 서버 홀대 논란, 밸런스를 해치는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누적된 피로 등 그동안 쌓인 한국 게이머들의 불만이 에픽세븐을 향해 한 번에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15일 오후 7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W 스퀘어에서 ‘에픽세븐 계승자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번 간담회는 에픽세븐 유저들이 그동안 쌓아온 불만이 ‘치트오매틱 논란’이 불거지며 한 번에 터져 나오자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와 퍼블리셔 스마일게이트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에픽세븐의 치트오매틱 논란은 지난해 출시된 신작 모바일게임이 치트오매틱(Cheat 'O Matic) 같은 1997년에 나온 메모리 에디터툴로 게임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며 불거졌다. 특히 지난달 27일 업데이트된 신규 콘텐츠 ‘오토마톤 타워’의 상위 랭커가 이를 사용했다고 인증하며 불이 붙기 시작했다.

치트오매틱 논란은 에픽세븐의 보안 문제로 이어졌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였다. 에픽세븐 유저들에겐 누적된 불만이 많았다.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에 ‘유저 적대적 운영을 한다’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다.

유저들은 게임 출시부터 많은 일을 겪었다. ‘이중가챠(뽑기)’로 불리는 ‘월광소환’부터 그랬다. 월광소환은 출석 이벤트나 업적보상 등으로 얻는 재화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성약소환(일반뽑기)’을 120번 해야 한 번 할 수 있다. 성약소환 120번을 전부 현금으로 환산하면 33만원가량이다.

또 에픽세븐 공식 커뮤니티에 특정 콘텐츠에서 어떤 조합을 사용하면 무과금 유저도 돌파할 수 있다고 공략을 올리면 그 조합에 쓰인 영웅으로는 클리어할 수 없도록 하거나, 모두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국민조합’을 사실상 못 쓰게 만드는 식의 밸런스 패치를 진행해 왔다.

운영팀은 지난 4일 이미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유저들에게 ‘불만을 품고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소수의 유저’라는 문구를 넣은 사과문으로 기름을 부었다. 당일 에픽세븐 커뮤니티에는 계정 탈퇴 인증, 구글에 ‘불량 앱’으로 신고하는 방법 및 환불 방법 공유 글이 넘쳐났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에픽세븐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에서 모두 매출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사진=게볼루션 캡처

유저들의 분노는 매출로도 직결됐다. 모바일게임은 대부분 결제 한도가 해제되는 월초에 매출이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에픽세븐은 지난 4일 신규 영웅 ‘릴리벳’과 서브 스토리를 추가했어도 매출이 떨어졌다. 모바일 앱·게임 순위분석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15일 기준 에픽세븐은 구글플레이 매출 100위, 애플 앱스토어 112위로 출시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슈퍼크리에이티브 임원진까지 나서서 간담회를 개최해 유저들과 소통하겠다며 에픽세븐 크리에이터들에게 늦은 시간에도 전화를 돌리고, 재차 사과문도 올렸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전혀 사그러지지 않았다. 심지어 에픽세븐을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입을 모아 슈퍼크리에이티브와 스마일게이트를 규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국산 게임을 즐겨온 한국 게이머들이 받아온 차별·홀대 등 각종 불만이 한 번에 폭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은 9.5%로 2015년 14.1%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글로벌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 서버에서 각종 버그가 발견되면 이를 수정해 글로벌에 출시하는 것을 보며 ‘한국 유저를 통해 품질보증(QA)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글로벌 서버는 활발한 소통과 각종 유저 편의성 패치, 꾸준한 콜라보레이션 진행 등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접속이벤트, 투표이벤트 등으로 홀대 논란이 일었던 게임도 있었다.

이외에도 얻기 어려운 확률형 아이템이 없으면 콘텐츠를 공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신규 콘텐츠를 출시하고 확률형 아이템 관련 패키지를 같이 내는 등 과한 과금 모델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금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밸런스를 해치는 확률형 아이템을 없앴다며 ‘착한과금’을 내세워 홍보하는 게임도 나올 정도다.

에픽세븐 커뮤니티에는 간담회를 앞둔 현재까지도 구글에 에픽세븐을 ‘불량 앱’으로 신고한 것, 리뷰 별점 1점을 준 것, 국민청원에 동의한 것을 인증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현재 에픽세븐 커뮤니티에 ‘조문인증’ 말머리로 올라온 글만 7000여개에 달한다. ‘게임업계의 도를 넘은 고객 기만행위에 제재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은 4000여명이 동의했다.

에픽세븐을 향한 사람들의 반응은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에픽세븐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이번 간담회는 중요하다. 에픽세븐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환불받을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에픽세븐을 본보기로 한국 게임사들에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 이번 간담회는 간담회가 아니라 청문회”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에 유저 적대적 운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부터 큰 오명”이라며 “에픽세븐을 향해 표출된 한국 게이머들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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