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코시티 재판 최종 판결 오는 9일로 연기…현지 의견 분분
부산저축銀 피해금 회수율 25% 불과
“예보, 캄코시티 가치 파악 못 해” 매물 저평가 의혹 수면 위

캄코시티 최종 재판을 앞두고 예금보험공사의 매물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예금보험공사.사진=임정희 기자

해묵은 캄코시티 재판이 최종 선고를 앞두며 중요 변곡점을 맞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분하다. 예금보험공사의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하면서 피해자 구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예보가 과거 부실 저축은행 매물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를 헐값에 처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예보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캄코시티 사업에 대한 2심 재판 최종 판결이 오는 9일로 미뤄졌다. 이날 캄보디아 재판부는 최종 판결 전까지 이상호 월드시티 대표 측과 예보의 합의 도출을 제안했다.

최종 판결이 연기됐지만 최근 들어 재판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할 때 위성백 예보 사장이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해 캄보디아 정부와 접촉했다. 당시 캄보디아 정부는 예보의 채권 회수 노력을 돕겠다고 밝혔다.

위 사장뿐 아니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산시 관계자 등이 재판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대를 더했다.

재판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캄보디아 현지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알려졌지만 지난 5년간 이 대표 측에 치우쳐 있다가 이제야 균형을 찾은 정도다. 캄보디아 재판부가 권고한 협의 도출도 인터폴에 수배 중인 이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어려울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 대표와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현재 예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며 “그저 판결이 9일로 유예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정치권의 의견도 분분했다.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능통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국 예보가 채권을 회수하면 신도시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정치권도 캄코시티를 두고 의견이 갈린 상황이다”며 “한국에 협조해 한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할지, 예보가 승소한 뒤 이를 중국에 제값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자, 이 대표가 승소하면 좋겠다는 등 시나리오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예보는 피해 금액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재판에서 승소해야 하는 입장이다. 캄코시티 채권과 관련된 부산계열 저축은행 피해자는 3만8000여명, 피해 금액은 6200억원에 달하지만 지난 8년간 회수한 금액은 25%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투입된 공적자금 27조원의 회수율이 지난해 기준 약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만일 예보가 승소한다면 캄코시티를 매각하거나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 예보는 월드시티 지분 60%만큼 수익을 가져가게 되며 확보한 금액은 채권 회수와 피해자 구제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예보가 캄코시티 부지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캄보디아에 부동산에서 확인한 결과 캄코시티 부지 가치가 1조원이며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하지만 캄코시티 재판에 관련된 언론 보도에서는 6500억원의 채권만 강조되고 있다. 해당 금액은 예보가 이 대표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출금과 이자일 뿐 캄코시티 부지에 대한 금액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예보가 캄코시티 부지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현재 이 대표가 협조에 응하지 않아 실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추측하고 있는 금액대 범위가 넓어 얼마라고 밝히긴 힘들다”고 해명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의 자산을 저평가해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자산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2012년 11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국가배상 신청 승인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는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과거 예보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진행하는 자산 매각 과정에서 시세보다 훨씬 저평가된 가격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내놨다. 헐값에 자산을 처분하면서 피해자들의 재산에 극심한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예보는 2011년 인천에 위치한 한 사업부지 매각을 진행했다. 해당 매각 건은 공매 9회차 만에 97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52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1순위 우선수익권자인 A 저축은행이 49억원을 배당받았고 약 5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B 저축은행은 48억원을 배당받았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매각금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부분이다. 회계법인이 공매대상토지의 감정가를 213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최종 낙찰 가격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시지가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해당 부지 공시지가는 약 120억원이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해당 부지는 2만평 이상이 아니면 토지의 목적인 아파트 공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쪼개 매각하면 한 업체만 매입 가능한 구조다”며 “이것을 다시 쪼개 매각을 하면 할수록 업체는 저평가된 가격에 손쉽게 매입할 수 있고 예보는 피해자들의 자산을 헐값에 매각한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 서귀포시 골프장 매각에 대해서도 헐값 처분 의혹을 제기했다. 예보는 2011년 8월부터 한 달간 공매를 진행했고 최종 매각 가격은 62억원이다. 우선수익권자인 C 저축은행이 62억원의 배당금을 전부 수령했고 D 저축은행은 잔여 금액이 없어 배당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C 저축은행이 91억원, D 저축은행은 688억원의 채권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예보가 운영하는 저축은행 파산재단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관리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보는 ‘예금자보호법’ 제35조의8에 의해 파산한 금융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돼 법원의 파산 결정에 따라 파산재단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자산환가 및 파산배당 등 파산관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단 운영은 자산환가 및 소송이 종료되고 최후배당을 통해 잔여자산이 파산채권자에게 모두 분배될 때까지 지속된다.

김 위원장은 “예보 저축은행 파산부는 자산매각이 거의 끝났다”며 “각 저축은행 파산부는 매각자산이 평균 2~3곳 정도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1·2은 7곳, 해솔저축은행은 2곳 정도 남았는데 파산부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파산재단 한 달 유지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유지비용만 절약해도 피해자 자산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당시 예보 관계자는 “파산재단의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자산 환가비용 등 기본적인 운영경비 지출이 불가피하다”며 “파산사건은 각 관할법원에서 관리하는 개별 사건이고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해 채권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재산의 정도와 채권자의 종류가 다른 파산재단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예보는 최근에도 저축은행 부실조사 관련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감사원은 예보에 대해 부실자산 회수 등 업무량이 축소도는 관련 부서에 대한 조직·인력 감축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라고 통보했다.

예보 관계자는 "회수업무 조직을 축소하는 등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며 "부실금융기업 및 부실채무기업 조사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실금융기업에 대한 조사 업무를 전담하기 위한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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