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친환경’ 세제마저…가습기살균제 ‘안전 사각지대’ 여전
값비싼 ‘친환경’ 세제마저…가습기살균제 ‘안전 사각지대’ 여전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9.06.1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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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방세제’ 에티튜드·넬리 등 유해성분 검출…줄줄이 회수
관리부처 이관 및 해외와 상이한 기준에 수입업체 ‘혼란’
“미량이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 동일해”
사진=수입세제 유통업체 쁘띠엘린, 이든힐
사진=수입세제 유통업체 쁘띠엘린, 이든힐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친환경 수입 세제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발견됐다. ‘가습기살균제 공포’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주방세제 판매처를 공개했다. 식약처는 지난 2월부터 수입·유통되는 국내외 제품에 대해 유해성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해성분이 검출된 수입 브랜드는 캐나다의 ‘에티튜드’와 ‘넬리’ 등이다.

이들 제품은 일반 주방세제보다 약 4배가량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민세제’로 불려왔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주방세제의 평균가는 500ml 기준 3500원 가량인 반면, 에티튜드 주방세제는 1만3000원(700ml), 넬리 주방세제는 1만3500원(500ml)이다. 특히 2011년 한국에 정식 유통을 시작한 캐나다의 ‘에티튜드’는 지난해 8월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값비싼 수입제품이 이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까닭은 ‘친환경·저자극 성분’을 내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A씨는 “집에 아이가 있어 비싸도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자는 생각에 에티듀드 제품을 꾸준히 이용했다. 천연 원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가끔 해외에 나갈 때면 대량으로 제품을 구입해 들고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식기세척기 세제부터 세탁세제까지 넬리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마트에 파는 제품보다 비싸지만 원료가 안전하고 용기도 멋스러워 만족감도 높았다. 배송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용해온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잘 나가던’ 이들 제품에 갑작스럽게 비상이 걸린 것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이 검출되면서 부터다. 해당 성분이 검출된 에티튜드 주방세제 ‘무향 13189, 13179’ 는 4월 17일, 넬리 주방세제 ‘페퍼민트향’은 5월 16일을 기준으로 판매가 금지됐다.

CMIT/MIT는 낮은 농도로 뛰어난 향균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샴푸·세제 외 생활용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세척제 및 헹굼 보조제, 물티슈 등 19개 위생용품에서 사용할 수 없는 성분으로 관리하고 있다. CMIT와 MIT를 사용한 원료를 흡입할 경우 심각한 폐 손상 및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식약처는 해당 제품들의 수입을 금지하고 이미 유통된 제품을 전량 회수, 폐기를 명령했다. 이에 에티듀드 제품을 공식판매하는 ‘쁘띠엘렌’과 넬리 제품을 판매하는 ‘이든힐’은 사과문과 함께 해당 제품 판매 중단 및 회수·환불조치에 돌입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높아진 기준으로 인해 이의를 제기하는 수입업자들도 있다.

이들은 유해성분으로 지정된 CMIT/MIT 성분이 해외에서는 생활용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4월 1일부터 CMIT/MIT 성분을 주방세제 사용 허용 항목에서 삭제했다. 이와 함께 주방세제 위해성분에 관한 관리는 같은 달 19일 식약처로 이관됐다.

쁘띠엘린 관계자는 “유통업체로서 책임감도 느끼지만 굉장히 안타까운 점도 있다. 10년간 수입해오며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던 성분이라 캐나다 본사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다”며 “해외와 판매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는 식약처 검사 외에도 자체 성분검사를 마치고 수입을 해오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만큼 관리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던 것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식약처로 넘어왔고, 그 과정에서 공지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국민정서를 감안해서 해당성분은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소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 수입업체가 아닐 경우 제품이 유통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은 해외직구 등으로 구매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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