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마켓컬리, 새벽배송으로 발목 잡힐까
‘자승자박’ 마켓컬리, 새벽배송으로 발목 잡힐까
  • 김민희 기자
  • 승인 2019.04.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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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배송’ 야심찬 등장 불구, 266억 적자 기록
배송경쟁 장기전 불리…“내실 다져야”
사진=마켓컬리

온라인 시장에 새벽배송 바람을 불러온 마켓컬리가 해당 사업으로 되레 발목을 잡힐 위기에 놓였다. 출범 이후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전국 새벽배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2015년 야심차게 등장했다. 당일 수확한 채소·과일 등 고급 신선식품의 초고속 배송은 소비자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실제 마켓컬리 매출은 첫해 30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시장규모도 커졌다. 농촌진흥청 분석(2018)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15년 100억원대에서 지난해 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업계에서는 올해 시장규모가 1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정작 새벽배송 열풍의 주인공인 마켓컬리는 첫걸음을 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2015년 -53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기준 총부채가 총자산을 13억원 초과한 자본잠식상태다. 올초 마케팅 부문에도 1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쏟은 것으로 추정돼 적자 폭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새벽배송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까닭은 마켓컬리가 해당사업을 기업 타이틀로 내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위해 마켓컬리는 그간 물류 인프라와 냉장 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직매입·직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거점 지역인 김포·용인에 물류 터미널 TC(Transfer Center)를 구축했다. 특히 상품 입고부터 보관, 배송까지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 체인’ 냉장 시스템을 통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마켓컬리의 강점으로 꼽히지만 전국적으로 확대할 능력은 부족한 모습이다. 물류 인프라 확충에 수천억원대의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비해 여유 자금은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신선도를 유지하며 재고를 관리하려면 설비 투자비가 많이 든다”며 “매출 3000억원을 올리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에만 1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할 정도다”고 밝혔다.

마켓컬리의 한계는 최근 늘어난 소비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마켓컬리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1월 이후 마켓컬리 가입자 수는 두 배 이상 상승했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거의 없다. 대다수 상품이 품절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시장규모만 키웠을 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반면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전국 새벽배송 서비스를 구축해나가며 마켓컬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드는 모습이다.

GS샵의 신선식품은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오후 10시 이내에 당일배송 된다. 전국에 위치한 GS프레시 물류센터와 GS수퍼마켓 점포를 이용하면 대부분 지역에 당일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서울 3개 구(송파구·강동구·강남구)를 대상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테스트에 나섰다. 올해 안으로 지방 광역시까지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전 11시 이전 주문 건은 당일 오후에 배송받을 수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이번 1000억원대 투자유치를 통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반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많은 주문에도 높은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물류 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며 “이외에도 배송 경로 최적화 등 소프트웨어 기술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전문가는 마켓컬리가 살아남기 위해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경쟁이 장기화 될 경우 사업을 접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특성상 대량구매가 불가능해 매출이 증가할수록 적자 폭은 커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켓컬리의 적자는 초기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쿠팡과 같이 인프라를 확충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 경우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장담할 수 없다.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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