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종 중심 경쟁에서 기업 중심 경쟁으로 변화
기존 수직적 생산체계 탈피, 수평적 협력 분업 생태계 마련

사진=배수람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건설업 업역규제 폐지가 생산성 향상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토일보가 공동주최한 ‘건설생산체계 혁신에 따른 파급영향 및 기업 대응전략’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6일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당 개정안에 따른 향후 파급영향과 기업 간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관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종합·전문건설업의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1976년 전문건설업이 도입된 이래 40여년 이상 유지되어 온 가장 대표적인 산업규제였다”며 “복합공사는 종합건설, 단일공사는 전문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규제다”고 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업역규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소규모 복합공사나 대형 단일공사 시장에서 경쟁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발주자는 시공역량이 우수한 우량업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돼 업종별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병 걸리기 전에 고치자’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한국 건설산업이 순탄하게 지속, 유지 가능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해당 질문을 던졌을 때 정부는 물론 산업계 모두 규제혁신에 대해 공감했다”며 “일자리는 자꾸 줄어든다지만 머리 쓰는 일은 늘고 육체노동은 기계가 대체하는 양상을 띤다. 일은 계속되지만 일의 속성은 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생산성 혁신인데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국토 인프라는 늙어가고 국내 건설의 미래 비전과 전략은 실종된 것 같다”며 “건설기술은 포기한 채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신기루에만 매몰됐다. 산업은 시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포기하고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이복남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기반 산업체가 지속성장 가능한 환경 조성(가격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환) ▲사업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고 입찰 자격 조건은 강화(등록=입찰 등식이 아닌 등록≠입찰 부등식으로 전환) ▲업역 칸막이를 제거하고 업종 단순화(실적 데이터 축적 세분화로 전문성 강화) ▲하도급 축소, 직접 시공 확대(수직 생산체계에서 수평 협력 체계로) ▲기술 경쟁을 통한 성장 사다리 조성(분배 등 운찰제에서 경쟁 등 기술입찰로 전환) 등을 혁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업종별 역할 및 전문성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향후 건설산업이 대기업군·중견기업군·소기업군별 역할 분담이 변화하고 각각의 전문성이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령 대기업군은 시공 기획·설계·공사관리 등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으로, 중견기업군은 교량·터널·업무용 빌딩 등 상품별 전문기술 중심으로, 소기업군은 철근콘크리트·토공·철골 등 대(大)공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꾀한다.

이어 대기업군은 소프트웨어 기술 중심으로 컨소시엄 수주 역량을 강화, 중견기업군은 시공 기획·설계·공사 관리와 주 공종 직접 시공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기업군은 공종별 직접 시공역량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도급형태 역시 단독 수주, 분담 이행을 축소하고 공동 이행 증가, 직접 및 직영 시공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우리가 직접 변하지 않으면 산업과 기술 모두를 변화시키는 외생 변수가 지배할 것이다”며 “한국 건설에는 선택권이 없음을 인정하고 산업혁명에 동참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장은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업역규제 철폐의 의미를 보면 결국 (전문이든 종합이든) 잘 하는 기업에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업역규제는 폐지됐지만 업역경계는 남았다”며 “회사 규모에 따른 발전이 가능해야 하며 다양한 공사에 규모가 작은 종합건설업체, 전문건설업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형규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며 “앞으로 전문건설업체는 시공 중심의 기술 향상을 이루고 종합건설업체는 개발사업 시행, 종합 관리 등의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 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김한수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세부적인 제도가 만들어질 때 제도 문구의 경쟁보다는 발주자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이밖에 거래체계에 대한 논의, 공공·민간발주자가 어떻게 하면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주종완 국토부 건설정책과장은 “업역규제 폐지로 인해 업종 간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과제를 구체화해 실천해 나가기 위해 전문적인 연구 및 토론 등을 활발하게 이뤄가겠다”며 “특히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업종 개편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도 마음을 열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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