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조원 규모 지역화폐 발행, 작년보다 5배 ‘쑥’
지역 경제 활성화 체감 어려워…“주민들 교육 우선시 돼야”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경기지역 화폐를 살펴보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사진=연합뉴스

지역화폐 확대 시행을 앞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역 내 경제활성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역화폐는 각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역 자본의 외부유출을 방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상품권 형식’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노동력을 교환하는 형식’ 두 가지로 구분하며 요즘 지자체서 주로 추진하는 지역화폐는 상품권형이다.

작년엔 경기도 성남시와 시흥시, 가평군, 경상북도 포항시 등 60여개 지방자치단체에서 3714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올해는 120여개 지자체에서 작년보다 5배 많은 규모인 2조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특히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올해 발행될 지역화폐 중 4%에 해당하는 8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경기도는 도차원에서 지역화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혁신경제가 넘치는 공정한 경기도’라는 경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지역화폐 확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청년배당이나 산후조리비 등 복지수당을 31개의 시군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지역화폐 도입에 찬성했다. 도민 10명 중 6명이 지역화폐 도입을 찬성한 셈이다. 지역화폐 사용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사용한다’ 14%, ‘기회가 된다면 사용할 생각이 있다’ 54%로 총 68%의 주민이 사용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주민분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다는 취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신 것 같다”며 “올해부터 경기도 31개 각 시군구에서 지역화폐 정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망원시장에서 추석 연휴부터 2달간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지역화폐를 인센티브로 주는 행사를 진행.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기존에 지역화폐를 사용해온 지역의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화폐 가맹점과 교환처가 적어 불편하고 경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시 노원구는 작년 2월부터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 ‘NW’를 처음 선보였다. NW는 지역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봉사나 기부 등을 통해 교환되는 지역화폐다. 현재 NW 가맹점은 276개로 도입 당시(87개)보다 증가했지만 노원구 면적에 비해 턱없이 모자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A씨는 “가맹점이 워낙 적고 가맹점 중에도 갈만한 곳이 없어 사용이 어렵다. 가끔 서점갈 때 한 번씩 사용한다”며 “좋은 취지의 정책인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군 역시 2007년부터 지역화폐인 ‘가평사랑 상품권’을 발행해왔으며 현재 11개소 교환처와 80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가평군이 한 개의 읍과 다섯 개의 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환처는 하나의 행정구역당 약 2개소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가평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실질적으로 가평사랑 상품권을 교환할 수 있는 교환처가 적다.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지도 의문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상품권을 사용하는 손님도 적어 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호응도 예상보다 저조했다. 가평군은 매년 지역화폐 소진량을 기준으로 상품권을 발행한다. 2017년 15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했고 올해는 12억원을 발행한다. 작년에는 2017년에 발행된 상품권이 전량 소진되지 않아 발행하지 않았다.

가평군 관계자는 “작년에는 전년도 발행한 상품권이 다 팔리지 않아 발행하지 못한 것이 맞다. 보통 2년에 한 번씩 발행해온 것 같다”면서도 “가평사랑 상품권이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환처를 꾸준히 확보하려고 계획은 하고 있다”며 “올해 카드형을 원하시는 주민들도 있으셔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드가 출시되면 교환처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지역화폐가 자리잡아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보기 위해서 정책 취지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용하게 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지역화폐에 대해 이해하고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지역화폐 판매량이 높다고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