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보증금 10억원 및 주거·통신 제한 조건으로 보석 허용
변호인과 상의 후 보석 조건에 동의

사진=연합뉴스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다만 법원은 석방 후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했다. 사실상 ‘자택 구금’과 유사한 조건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29일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원 인사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기한인 4월 8일까지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고령에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 치료받아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한 보석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보석을 할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고, 주거지를 자택인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하는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조건에는 배우자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할 수 없다는 점도 포함됐다.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진료를 받아야 할 때마다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를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해야 한다.

보석 허가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수감 중인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물다가 당일 오후 3시48분께 준비된 검은 제네시스 차를 타고 4시10분께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나와 자택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취재진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 다만 구치소 앞에서 측근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지지자들이 ‘이명박’을 연호하며 손을 흔들자 차 창문을 열고 밝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풀려난 것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만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보석을 통해 풀려나게 됐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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