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게이트, 집행유예…경영활동 문제없음 입증
임직원들의 확고한 지지, 부재 시에도 영향력 보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년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복귀하면서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 회장의 복귀는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마찰을 빚었던 경영권에 대해 더 이상 그룹 내 이견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게이트에 휘말려 지난해 2월 13일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심에서 석방됐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출연에 대해 부정 청탁을 목적으로 한 뇌물로 판단하고 기소한 바 있다.

법정 구속된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21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신 회장의 자의적 사임은 일본의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이 재판에서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유죄판결 비율이 높아 이러한 관행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후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이 기간 동안 신 회장은 등기이사직만 유지했다.

약 8개월 간 법정 구속을 이어오던 신 회장은 같은 해 10월 5일 열린 2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호인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면서 풀려났다.

그는 바로 그룹 경영에 복귀해 롯데케미칼 지주사 편입, 미니스톱 인수전 참여, 롯데손해보험‧카드 매각 추진 등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높였다. 자신이 경영활동을 전개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춘 것이다.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판단도 동일했다. 이사진은 지난 20일 일본 신주쿠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의결했다. 롯데홀딩스가 그동안 롯데를 성장시켜온 신 회장의 경영수완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신 회장이 2015년 롯데홀딩스 경영을 맡고 난 뒤 1년 만에 롯데 11개 브랜드에 대한 설비 투자가 70% 확대됐다. 또 일본 롯데의 제과 관련 성장률은 평균 108%로 늘어났다.

신 회장의 복귀와 함께 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맞는 2인 대표 체제로 돌아오게 됐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을 장악함에 따라 한국 롯데그룹에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한국 롯데 계열사를 거쳐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에서 호텔롯데, 일본 롯데에서 롯데제과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은 99% 이상이 일본인 주주들 소유지만, 기업공개를 통해 국내 자본 비중을 늘리고 호텔롯데와 롯데지주 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성사될 시 역대 최대 공모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던 2016년 당시 예상 기업 가치는 약 20조원 이상, 공모자금 약 6~7조원 내외로 책정됐다. 재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발자취

신 회장 회장은 1955년 2월 14일 신격호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신격호는 1948년 일본 롯데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데 이어 1966년 한국 롯데그룹 회장, 1998년 호텔롯데, 롯데쇼핑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으며, 현재 롯데그룹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과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숙부이며, 신정희 동화 면세점 사장이 고모다.

어머니 시게미쓰 하스코 씨는 일본인으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2번째 부인이다. 형제로는 이복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친형 신동주 에스디제이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이복여동생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있다.

사촌으로 신동원 농심홀딩스 사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신동윤 율촌 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신혜경 롯데그룹 전무가 있다.

부인은 일본인 오고 마나미 씨로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업체 다이세이(大成) 부회장의 차녀로 알려졌다. 그녀는 한 때 일본 황실의 며느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신 회장과 오고 마나미 씨 슬하에는 아들 신유열과 딸 신규미, 신승은 3남매가 있다. 자녀들은 모두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아오야마가쿠인 유치원, 초‧중‧고등부를 거쳐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1977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쳤다.

신 회장은 MBA 수료 후 1982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까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 그는 1990년 일본 롯데상사에 이직하면서 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일본 롯데 마린스 대표이사, 일본 롯데리아 전무이사를 맡은 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 롯데그룹에 발을 들였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 1999년 코리아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2000년 롯데닷컴 대표이사 부회장, 2004년 호남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2011년 롯데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도쿄 신주쿠의 일본 롯데그룹 본사 건물의 롯데그룹 명판. 사진=연합뉴스

◆사건 사고

신 회장과 관련된 주된 이슈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마찰을 빚은 ‘형제의 난’과 횡령‧배임 혐의, 박근혜 게이트 등이 있다.

▲형제의 난, 주요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2015년 발발했다.

2015년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같은 해 7월 27일 신격호 명예회장을 내세워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4차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경영에 복귀하려 했으나 모두 신 회장이 승리하면서 무산됐다.

2017년 9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지분을 대부분 매각하고 롯데쇼핑 지분 3%만 남겼다. 당시 재계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 다툼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지난해 2월 신 회장이 구속되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격을 꾀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9일 신 회장 부재 간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복귀에 실패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동은 신 회장이 롯데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부각시켜준 꼴이 됐다.

신 회장은 3년에 걸친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그룹 이미지 실추를 비롯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또 롯데그룹 내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시시콜콜 제동을 걸어 경영을 순탄하게 이어오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롯데지주 출범과정에서 롯데쇼핑을 롯데지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제동을 건 일이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8월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올해 안에 80% 이상 해소하겠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과 추가적 경영권 다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횡령‧배임 혐의…검찰 수사 과정에서 잃은 오른팔

1년 뒤 2016년 10월에는 1750억원 횡령, 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실형은 면했다.

그러나 장기간 행해진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은 큰 타격을 입었다. 신 회장 최측근이면서 롯데그룹 2인자로 불리던 이인원 전 롯데쇼핑 부회장이 2016년 8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만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발견된 유서에는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 회장은 훌륭한 사람,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인원 전 부회장의 빈소를 2번이나 찾아 비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2016년 10월 25일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했으며, 계열사 사장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2017년 12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그는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해 여론은 실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적용된 6개 혐의 가운데 4개를 무죄로 보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시를 소극적으로 따랐을 뿐”이라는 신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보다 훨씬 적은 형량을 선고했다.

▲박근혜 게이트, 집행유예 처분

신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인 2017년 4월 미르와 K스포츠 출연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롯데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45억원을 출연했다. 이어 2016년 3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후 롯데그룹에 대해 면세점사업권 편의를 봐주는 것을 대가로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직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관련 내용이 쓰여 있었다는 것을 부정청탁의 결정적 단서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법원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약 8개월 간의 구속 수감 후 지난해 10월 열린 2심에서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석방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평가

신 회장은 예절을 중시하며 잘 웃고 잘 우는 등 인간미가 넘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들을 아끼고 존중해줘 신망이 두텁다.

외부에서는 그가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그룹을 ‘젊고 활기 넘치는 롯데’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내부적으로도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 롯데그룹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이런 성격 덕에 형을 제치고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장 취임 전까지 언론 앞에 나서지 않았으며 공식석상에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한때 ‘은둔의 황태자’로 불렸다.

해외 출장을 비롯한 외부 일정을 나설 때 본인의 가방을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고 다니는 등의 모습에 겸손함이 묻어있다. 재판에 참석할 때도 항상 가방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의 ‘현장경영 정신’을 물려받아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추진력을 보인다. 롯데그룹에서 여러 건의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외형을 키운 점에서 이런 추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해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제과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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