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 대부분 실적 선방…우리카드, 분사 이후 최고 순익
올해부터가 ‘진짜 위기’ 우려 속, ‘고배당 잔치’ 여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카드사들 대부분이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65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1012억원) 대비 25.0%(253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최대 실적으로 최근 은행계 금융지주 카드사 중 가장 큰 폭의 순익 증가세다.

우리카드는 2014년 순익 891억을 기록한 이후 2015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실적 선방 사유로는 ‘카드의 정석’ 시리즈 인기로 인한 카드매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카드의정석’ 시리즈는 출시 5개월 만에 100만장, 최근에는 230만장 발급을 기록하는 등 히트하며 호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카드의 지난해 카드매출은 75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또 일회성 요인으로 지난해 상반기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로부터 받은 국민행복기금 사후정산금 96억원이 반영된 점도 있었다.

KB국민카드도 전년 대비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업계 1위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줄였다. KB국민카드는 3292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968억원) 보다 1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캠코의 370억원 채권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을 낸 것이 주된 요인이지만 자동차할부금융과 프로세싱 대행 사업의 성장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카드의 자동차할부금 취급액은 작년 상반기 기준 4187억원을 기록해 1년 전 360억원 대비 10배 이상 늘어났다.

작년에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업무대행까지 맡게 되면서 프로세싱 대행 사업의 규모도 커졌다.

하나카드도 전년대비 소폭(0.3%) 증가한 1067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카드 무이자 할부를 줄이고 유이자할부 제도를 반영했고 1Q카드 상품 매출 증가와 신용카드 모집채널 재편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2018년 순익은 전년 대비 43.2% 감소한 5194억원으로 나타났다.

큰 폭의 하락세로 보이지만 2017년 대손충당금 환입액 약 2800억원과 비자카드 매각이익 1860억원을 합친 4670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실제 실적 악화보다는 기저효과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제외하면 순익 감소폭은 약 100억원 정도에 그쳐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순익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올해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 가맹점 범위 확대(매출액 5억원 이하→30억원 이하)가 본격적으로 적용돼 연간 카드사 손실이 7048억원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가 순익 지키기에 나름대로 성공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 전체 카드승인실적 증가율(전년대비 6.6% 증가)과 순익 증가의 요인이 일회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순익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올해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와 대출총량 규제 등 업계가 걱정했던 규제 영향들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업계가 정부에 수익성 악화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작년 실적 선방 때문에 엄살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카드사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만든 태스크포스(TF)의 규제완화 논의가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 호소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는 여전히 고배당 잔치를 벌일 예정이어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전년보다 200억원(11%) 늘어난 2000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60.6%에서 60.8%로 소폭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결산배당을 3377억원으로 결정해 지난해 6000억원에 비해 많이 낮췄지만 배당성향은 65%대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순익 3453억원을 기록하면서 2017년(3867억원)보다 10.7%나 하락한 기업계 카드 계열사 삼성카드는 결산배당을 작년 1644억에서 올해 1708억원으로 오히려 늘렸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42.5%에서 49.5%로 높아졌다.

올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우리카드, 하나카드와 대비된다.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보다는 사내에 쌓아 자본 확충 역할을 하거나 신사업 투자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배당은 주주가치 제고 등 기업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주주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 주주 친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배당금이 소액주주보다는 지주사나 대주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제 식구 배불리기’ 내지는 ‘대주주 배불리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카드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으로 카드사들이 돈을 벌어 금융지주와 은행 등 대주주 손에 쥐어주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결국 카드사가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실적 감소분을 고객 혜택인 마케팅비용 절감을 통해 최소화하면서도 대주주에 대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것 자체가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면서 “다만 현재 카드업계가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해 배당 규모를 줄이는 대신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한 자원 마련의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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