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쏟아진 올빼미 공시, 자충수 둔 상장사
[기자수첩] 또 쏟아진 올빼미 공시, 자충수 둔 상장사
  • 김민아 기자
  • 승인 2019.02.08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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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개’

지난 1일 장 종료 후 쏟아진 공시 개수다. 올해에도 긴 연휴를 앞두고 올빼미 공시가 어김없이 반복됐다.

‘올빼미 공시’란 주식 시장에서 주식거래가 모두 종료된 후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내용을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게 저녁 시간에 악재를 공시하는 경우가 많아 올빼미 공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6년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공시 시간을 단축했다.

그럼에도 상장사들이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연휴 직전이나 주식 시장 폐장 후에 민감한 내용을 알리는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설 연휴 전날에도 올빼미 공시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골치를 아프게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장 마감 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실적을 공시한 기업은 총 23개다. 이들 중 일부는 ‘어닝쇼크’ 수준의 저조한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장 종료 이후인 오후 4시 24분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SK에너지는 영업이익 8286억원, 순이익 852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38.5%, 10.6% 감소했다.

또 오후 4시 14분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일진홀딩스의 자회사 일진전기는 전년보다 583.7% 감소한 143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성창기업지주는 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공시뿐 아니라 대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 인수·합병(M&A) 중단 소식 등도 쏟아져 나왔다.

올빼미 공시로 인한 1차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연휴가 끝난 후 장이 개장되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 됐다.

기업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과거와 달리 똑똑해진 개인투자자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공시를 확인하면서 부정적인 소식을 숨기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올빼미 공시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시 시간을 조정하고 공시위반제재금을 5배로 올리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놨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업에 달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정부가 주도해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기업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상장을 선택한다.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이라는 검증된 이름표를 달고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기업들은 불성실한 공시로 투자자와의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트리고 있다.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기업은 ‘한탕’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 기업들이 당장의 손해를 피하려 자충수를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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