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은 2~30대 젊은 층에 인기
해외여행보험·암보험에 치우친 시장…다양성 살려야
정부, 미니보험 활성화 추진…‘금융업 진입규제 개편안’

사진=토스

어려운 약관 내용과 보험 설계사의 수수료 등을 과감히 벗겨낸 미니보험이 보험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니보험은 보험 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상품으로 간단보험 또는 소액단기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보험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려운 약관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는 통합 패키지 형태의 상품을 가입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사무실 비용 등의 사업비가 소비자의 보험료에 포함돼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미니보험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통해 주로 판매되는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특약들을 제외시킨다. 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담보와 짧은 보장기간으로 범위를 줄인 대신 보험료를 크게 내리고 CM채널을 통한 판매로 수수료까지 없애 가격 부담을 더욱 줄인 것이 특징이다.

미니보험의 인기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핀테크 서비스 활용에 익숙한 2~30대를 중심으로 필요한 보장만 저렴하게 보장받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수요에 반영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MG손해보험 운전자보험의 경우 보험료는 월 1500원 수준이지만 보장 내역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운전자보험의 보장과 다를 바가 없다. 필수 담보인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벌금, 자동차사고 변호사 선임비용 등은 모두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운전자보험에 포함된 자동차사고 부상치료비, 자동차사고 성형 수술비 등 특약은 제외됐다.

처브라이프생명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유방암·위암만을 단독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유방암·위암만을 보장하는 대신 보험료를 크게 내렸다. 유방암 보험은 30세 여성 기준 월 180원, 위암 보험은 30세 남성 기준 월 1000원 안팎이다.

라이나생명도 다이렉트 채널에서 월 보험료 9900원인 치아보험과 암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방식이 특이하다.

기존 보험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것과는 달리 가입 가능(20~39세)한 모든 연령의 보험료를 월 9900원으로 맞추고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가입·보장금액을 계산해 1원 단위까지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도 암보장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3년 동안 암진단에 한해 보장하며 1종과 2종으로 나뉜다. 1종은 전립선암·유방암·자궁암을 포함한 주요 암을 3년간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하고 30세 남성 기준 연간 7905원의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하다.

2종은 발병률이 높은 위암·폐암·간암 3가지 암에 대해 보장하고 보장 범위가 좁은 대신 보장금이 최대 1000만원 까지다. 30세 남성 기준 연간 2040원이다.

DB손해보험 역시 지난달 5일 미니 암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위암플랜은 30세 남성 기준 월 1500원, 여성 월 2800원으로 10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타사의 미니보험과는 달리 100세까지 자동 갱신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여기에 보험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사 보험 플랫폼을 통한 미니보험 출시도 활발하다.

크라우드 보험 서비스 플랫폼 인바이유는 계약자가 원하는 보장을 직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맞춤형 해외여행보험을 출시했다.

크라우드 보험이란 동일 위험에 대한 보험을 원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모아 집단 구매력을 바탕으로 보험회사로부터 유리한 조건의 보험계약을 맺는 형태의 보험을 말한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국내외 보험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여행보험, 스키보험, 퇴직준비 저축보험, 발병률이 높은 3대 암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을 출시했다.

또 펫보험과 등산, 골프 등 취미생활 관련 미니보험 등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미니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는 반면 암보험, 여행자보험 등 일부 상품들에 치우쳐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처럼 차별화된 미니보험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색 미니보험으로는 반송보험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반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가입하며 실제로 물건 반품 시 운송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보험사에서 지급한다. 반송보험의 최저가 보험료는 1위안으로 원화 200원 정도다.

일본은 미니보험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보험사는 97개사로 미니보험 상품 가입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이색 미니보험으로는 치한으로 오인받거나 치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치한보험,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조상의 무덤이나 비석이 손상될 때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 무덤보험이 있다. 또 홀로 사는 임대인이 사망했을 때 집주인에게 보상하는 고독사보험 등의 상품이 인기를 얻었다.

또 미니보험이 2~30대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고자 내놓는 보험사들의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미니보험은 돈이 되는 상품이라기보다 젊은 세대를 일반 상품 가입으로 유인하고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미끼 성격이 강하다. 가입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가입하면 안 되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충동적으로 여러 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현재 가입된 보험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보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니보험 상품 출시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이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늘리고 있고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미니보험 활성화를 추진하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안’을 내놓고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규제 완화를 위해 설립 최소자본금을 낮춰 스타트업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을 돕고 있다.

현행 규제는 특정 소액담보를 취급하는 보험사도 모든 담보를 판매하는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진입규제를 받아 소규모 보험사의 진입이 어렵게 돼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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