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프로그램·항공정비사 교육훈련 강화 등 하반기부터 시행
외항사 정보 제외…“필요에 따라 법적 근거 마련”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 사진=연합뉴스

잇따른 항공기 비행 지연 등으로 승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국토교통부가 ‘경년항공기(노후항공기 정보공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안전강화대책도 함께 실시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발간한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정비 원인으로 인한 비행지연은 아시아나항공(94회)이 가장 많았다. 대한항공이 62회로 뒤를 이었다. 국적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이 평균 31회인 것과 비교할 때 아시아나항공은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모두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최다 지연 횟수(1659회), 최고 지연율(10.15%)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보다 약 2배 정도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운항횟수가 8000회 이상 많은 대한항공은 1091회 지연, 4.47% 지연율을 보였다.

그동안 경년항공기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체 결함 및 정비지연 등으로 연착이 발생한 항공기 대부분이 노후항공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9일 제주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 1시간 정도를 활주로 내에서 이동하던 항공기 1대가 기체 결함으로 회항해 탑승객 290여명이 다시 내려 대기해야 했다. 해당 항공기는 보잉 767로 평균 기령(機齡)이 20년 이상인 노후기종이었다. 이어 최근 연료계통 결함으로 15시간 지연 출발한 항공기는 보잉 747-400기종 역시 기령이 20년 넘은 노후기종이었다.

항공기 지연 발생 시 해당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계획한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다. 비행이 장시간 지연될 경우 미리 예매한 숙소와 렌터카 대여 등에 대한 비용도 승객들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엔진이나 연료계통 결함 등 문제가 발생하면 장시간 비행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승객들은 항공사에서 마련한 공항 인근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거나 해당 항공편을 취소하고 다른 항공편을 찾기도 한다. 장시간 비행 지연 시 승객에게 이뤄지는 보상은 바우처 형식의 쿠폰이 지급되는 게 보통이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일정 부분 현금 보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항공기 기체 결함과 정비로 인해 비행 지연이 잦아짐에 따라 국토부는 기령이 20년 이상인 국적항공기에 대한 정보공개를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안전강화대책 일환으로 정비프로그램 강화와 항공정비사 교육훈련 강화 등도 병행된다.

항공사들은 앞으로 경년항공기를 몇 대나 보유하고 있는지, 어떤 기종인지, 연간 몇 회 정도 운항하는지 등 운용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경년항공기 정보공개가 이뤄지면 승객들은 여행을 계획하기 전 해당 정보를 미리 확인해 항공권 예매 시 참고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추진 중인 안전강화대책이 시행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경년항공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기령이 젊은 항공기를 신규 도입하는 것이 정비 주기와 유지비 측면 등에서 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이달 기준 국적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대수는 대형항공사 ▲대한항공 166대 ▲아시아나항공 84대 등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제주항공 39대 ▲진에어 26대 ▲에어부산 25대 ▲이스타항공 20대 ▲티웨이항공 25대 ▲에어서울 7대로 확인됐다.

이 중 기령이 20년 이상인 항공기는 ▲아시아나항공 19대 ▲대한항공 15대 ▲이스타항공 2대 ▲제주항공 1대 ▲티웨이항공이 1대 등으로 파악됐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20년 이상 기령의 항공기를 올해까지 운용하고 송출·반납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도 노후항공기를 2분기 중 송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에도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항공기 정비나 노후항공기 송출은 기존에 이미 해오던 작업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 연초라 정확한 수치는 산출되지 않았으나 기령이 오래된 항공기는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이는 국토부 정책과 무관하게 계획을 하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공개가 시행되더라도 정비 부분에서는 현재 행해지고 있는 프로그램대로 이뤄질 것이며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자체적으로 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하면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이제까지 해온 대로 정비는 꾸준히 이뤄질 거다. 항공기 운항정보와 기령 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감하면서도 “정보공개에 해당하는 항공기가 있다면 국토부 지시에 따라 정보공개를 하겠지만 전과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시행을 앞둔 정보공개 정책은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만 해당돼 외국적항공사는 제외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따르면 외항사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공항에 항공기가 계류 중일 때 항공기에 대한 점검이나 승무원에 대해 자격증명 소지 등의 점검만 가능하다.

국토부는 우선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에 한해 정보공개를 시행한 뒤 외항사도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검토를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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