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은행 지점 수 4000개 이하로 추락
60대 10명 중 2명만 인터넷뱅킹 이용 “실질적 대책 필요”

사진=연합뉴스

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이 디지털화 강화를 선언하면서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금융 서비스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새해를 맞은 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환경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키워드로 ‘디지털화’를 공통으로 언급했다. 디지털 혁신에 역량을 집중해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디지털 부문 강화는 2017년부터 전 금융권이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다.

은행 대면 채널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권 창구 대면 거래 비중은 전체의 8.4%에 불과했다. 이는 ▲2014년 11.6% ▲2015년 11.3% ▲2016년 10.9% ▲2017년 10.0% 등 매년 하락한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역시 감소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포는 3830개로 집계됐다. 2014년 말(4419개)보다 13.33%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 비중은 늘었다. 2014년 35.4%에서 지난해 3분기 52.6%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모바일뱅킹은 인터넷뱅킹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통한 조회와 자금 이체, 대출 신청 등 하루 평균 서비스 이용 건수는 7348만건이다. 모바일뱅킹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금액은 5조911억원이다.

전체 인터넷뱅킹의 하루 평균거래 건수(1억1664만건)와 금액(53조28억원) 중 모바일뱅킹이 각각 62.9%, 9.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은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 대수를 늘려 인원 감축을 통한 효율화에 박차를 가했다. 무인자동화기기는 단순 입출금뿐 아니라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 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90%를 수행할 수 있는 기기다.

지난해 3분기 말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가 설치된 은행권 점포는 총 123곳으로 전분기 말(87곳)보다 41.4%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47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31개), KB국민은행(27개), BNK부산은행(14개) 순이었다.

비대면과 무인화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금융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고령층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현저히 낮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연령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19.9%에 그쳤다. 70대 이상은 6.4%에 불과했다. 20대(86.6%)와 30대(91.4%), 40대(79.7%)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중 은행들은 대안을 마련했다. 16개 국내은행이 약 5000여 개 지점에서 ‘어르신 전용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노인들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로 상담이 가능한 ‘어르신 전용 전화’도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인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현재 은행권이 진행하고 있는 노년층 금융교육은 당장 효과를 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다만 노인 전용 창구에 담당 인력을 배치하거나 점포 통·폐합으로 접근성이 떨어진 고령 고객을 위해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등 보다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은행 성장 측면에서도 노년층을 공략하는 것이 긍정적이다”며 “은퇴 후 자금을 갖고 있는 노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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