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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논란과 분식회계, 불법 리베이트 의혹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기술수출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관련된 긍정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R&D비, 무형자산 처리 셀트리온…도이치뱅크 제동 걸어

독일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의 회계처리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를 감리하겠다고 선포했다.

셀트리온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R&D비는 총 2270억원이었으며 이 중 74%인 168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한국은 현재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 성과가 기술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거나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될 경우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영업이익 등 기업 가치를 부풀릴 수 있다. 또 해당 프로젝트가 상용화에 실패할 경우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해외의 경우 의약품 시판승인을 받고 출시하기 전까지 사용된 연구개발비 전액을 비용 처리해야 한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1월 “셀트리온은 2017년 별도기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62%로 높은 것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자산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처럼 개발비의 80%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영업이익률이 30% 중반대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라젠은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신라젠의 지난해 R&D비는 331억8000만원이었으며 전액 비용 처리했다. 이러한 회계처리는 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신라젠은 이를 감수하면서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전부 비용으로 계산했다.

금감원 측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한 중요 감리지적사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시장에 안내할 예정이다. 2018회계연도 재무제표가 공시되면 연구개발비 인식 및 손상평가 등이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심사 대상회사를 선정해 점검할 방침이다.

◆분식회계 ‘삼성바이오‧경남제약’, 불법 리베이트 압수수색 ‘동성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올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이슈로 자리매김 했다. 이와 함께 경남제약도 분식회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분식회계임에도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증선위의 판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한동안 거래가 중단됐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유지를 결정해 거래가 재개됐다. 이 같은 판단에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대기업 봐주기 식이라는 말이 새나왔다.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경남제약도 분식회계로 잡음이 일었다. 경남제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유지와는 다르게 현재 상장폐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경남제약은 증선위 감리에서 매출채권 허위계상 등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경남제약은 과징금 4000만원과 감사인 지정 3년, 검찰 고발 등 제재를 받았다. 경남제약 주식은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연말이 되자 올해도 어김없이 제약업계 리베이트 소식이 전파를 탔다.

식약처는 지난달 중견제약사 ‘안국약품’과 ‘국제약품’을 시작으로 최근 ‘동성제약’까지 압수수색 했다. 이 외 보령제약, 하나제약, 이연제약 등의 제약사도 의료인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서울지방국세청 감사 과정에서 함께 포착됐다.

동성제약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의료인들에게 의약품 납품 조건을 내걸면서 상품권을 대량 지급하는 등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제약사들은 모두 불법 리베이트와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한양행 기술수출 대박,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대웅제약 나보타 흥행

올 한해 부정적인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은 기술수출과 바이오시밀러의 흥행으로 햇빛이 들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연말을 누구보다 부유하게 보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 누적 매출 1조1047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업계 매출 1위와 5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을 확정했다. 전문의약품과 원료의약품 등 수출 품목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특히 얀센과 맺은 3세대 비소세포성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기술수출 계약으로 유한양행은 잭팟을 터트렸다. 계약 총액은 1조4000억원(12억5500만 달러) 규모로 국내 암치료제 역사상 단일 기술수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셀트리온도 한 해 성과만 놓고 보면 최고다. 올해 4분기 2건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허쥬마’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1) 감염 치료제 ‘테믹시스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획득하며 시장 규모를 넓혔다.

신약 수출 계약을 따낸 대웅제약도 기분 좋은 연말을 맞았다. 지난 20일 대웅제약은 자사가 개발한 ‘나보타’의 수출 계약 소식을 밝혔다.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다. 계약 규모는 5년간 총 1200만 달러 정도다. 수출 국가는 뉴질랜드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글로벌제약사 먼디파마와 세계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일본 라이센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총금액 6677억원(약 5억9160만 달러)으로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300억원(약 2665만 달러)과 단계별 판매 마일스톤 약 6377억원(약 5억 6500만 달러)으로 국산 의약품 단일국가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SK케미칼도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파스퇴르가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의 임상시험이 계약 5년 만에 개시되면서 빛을 봤다. 미 FDA 임상시험계획 승인(IND)을 통과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에 따르면 폐렴구균백신 시장은 2016년 기준 미국, 일본 등 5개 주요 EU국가에서만 약 5조2000억원의 규모에 달한다. 이 시장은 2025년까지 약 7조10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가 현재 개발 중인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를 올해 미국 뉴로보파마슈티컬즈와 1억8000만 달러(한화 약 2022억원) 규모로 계약해 기술수출 하는데 성공했으며, 인트론바이오가 미국 로이반트사이언스에 슈퍼박테리아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을 6억6750만 달러(한화 약 7526억원)에 계약해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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