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1위 신한베트남은행 이어 카드시장 진출
롯데카드,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출범

사진=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의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 우승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금융사가 ‘박항서 매직’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을 일궈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어 올해 12월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항서 매직’의 최대 수혜자로는 신한은행이 꼽힌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박 감독과 축구선수 쯔엉을 베트남 현지법인 홍보대사로 기용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베트남은행의 고객 수는 박 감독 모델 발탁 직전인 100만명에서 이달 10일 기준 120만명으로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 이미 현지에서 30개 지점을 둔 1위 외국계 은행이다.

신한카드 고객도 같은 기간 19만명에서 21만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Prudential Vietnam Finance Company Limited(이하 PVFC) 지분 100%를 1614억원에 사들이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PVFC의 고객군과 신한베트남은행의 기존 고객군 간 중복 고객이 적어 고객 기반이 효과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PVFC는 2006년 베트남에 설립된 첫 번째 외국계 소비자금융사로 2016년 말 기준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베트남 내 동종업계 4위의 우량 기업이다. 신한지주는 지난 8월 PVFC에 2164억5000만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롯데카드도 18일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LOTTE Finance Vietnam)’ 출범식을 갖고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시작했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롯데카드가 베트남 금융업 진출을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한 베트남 현지 법인이다. 롯데카드는 베트남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해 2009년부터 대표사무소를 통해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왔다.

롯데카드는 올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신용카드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 지분 100% 인수를 최종승인 받고 약 9개월간 영업개시 준비를 해왔다.

18일 본격적인 소비자금융 영업 시작을 알린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우선 하노이와 호치민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와 한국 기업 임직원 등에게 맞춤형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영업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현지 업체와의 제휴계약을 통해 베트남 전역으로 영업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며 내년 상반기 할부금융과 신용카드 상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시장이며 그중 베트남은 금융사들이 눈여겨 보는 나라다.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금융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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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베트남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국가재정감독위원회(NFSC)는 올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이 6.9∼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초 베트남 국회가 제시한 성장 목표인 6.7%를 초과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10년 만에 최고치다. 경제성장률도 6.9∼7.1%로 내다봤다.

베트남은 지난해에도 6.8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고성장을 이뤘다.

이처럼 베트남 카드시장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지만 2016년 기준 총 카드발급 매수는 약 530만장, 총 이용금액은 3조5000억원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3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여전히 현금 사용률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들도 베트남의 높은 현금 사용률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금까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같은 후진국으로 진출해 뚜렷한 성과를 거둔 모델이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고 했다.

다만 베트남이 결제 방식을 현금에서 비현금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발급 매수 34.5%, 사용금액 26.6% 증가 등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에도 매년 14% 이상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박항서 효과’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의 카드사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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