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만족도 높으면 비싸도 지갑 연다”
LG오브제·삼성 에어드레서 등 경험 중시 제품 대세

사진=연합뉴스

자기만족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며 ‘나심비’가 올 한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나심비는 ‘나·심리·가성비’의 합성어로 개인의 만족도를 우선순위에 놓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실용성을 강조한 기존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는 달리 가격보다 소비자의 취향과 건강 등을 고려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 있는 삶’으로의 변화는 나심비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소비자들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미술관·북카페·전시회 등의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제품 구매는 물론 여가 활동에서도 만족감 위주의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심비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이유로 경기침체 및 과도한 경쟁 속 개인의 상실감 증가를 꼽는다. 암울한 사회 분위기 속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소비에 있어서만큼은 비싸도 안전하고 즐거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관적 만족도를 극대화한 소비는 자신의 취향과 철학을 알리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이 같은 소비 흐름을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정의했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가구 수의 28.6%로 집계됐다. 2025년에는 31.3%,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인 가구는 가족을 위한 소비 부담이 없어 개인의 만족도가 소비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의 변화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백화점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롯데백화점 890억원 ▲현대백화점 799억원 ▲신세계백화점 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4%, 14.9%, 18.4% 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사의 성장은 해외명품과 생활용품이 이끌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3분기까지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1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신세계는 각각 14.2%, 16.2%가 늘었다.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족형 소비에 속하는 명품 등 고가 상품 구매는 꾸준히 이어진 셈이다.

직장인 A(26) 씨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거나 현실적인 제약도 따르지만 그 당시에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로 얻는 만족감이 크다"며 "일한 만큼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나심비 트렌드는 명품·생활용품 소비에 그치지 않고 전자 제품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LG오브제 공기청정기. 사진=LG전자

LG전자는 새 브랜드 LG오브제를 론칭했다. 통상 가전제품은 기능성을 고려해 구매하는 대표적 제품군에 속했다. 그러나 LG오브제는 ‘수납장을 겸하는 TV·협탁 디자인의 냉장고’ 등 기존의 가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 나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의류 관리 제품인 LG스타일러는 2016년 일반세탁기 매출을 제쳤다. 이외에도 와인 냉장고를 비롯해 LG전자에서는 나심비족을 사로잡는 프리미엄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의류 관리 제품 에어드레서와 로봇청소기 파워봇을, 애플은 스마트 스피커 홈팟 등을 출시해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나심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에 상관없이 나만의 확실한 행복을 위해 구매를 서슴지 않는 소비 트렌드가 정착하고 있다”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선보이기보다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려는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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