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빛 보는 9·13대책, 서울 집값 하락 가시화
“연말 악재 겹쳐,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세 지속 예상”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진=연합뉴스

9·13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서울 집값 하락이 가시화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달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하락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08% 떨어지면서 3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특히 그동안 집값 상승을 부추겼던 강남 4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송파(-0.07%)와 ▲강동(-0.07%) ▲강남(-0.02%) ▲서초(-0.01%) 등으로 집계됐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와 우성 1·2·3차, 문정동 문정 푸르지오 2차 등은 거래 부진으로 각각 500만~3500만원가량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2·4단지 역시 500만~1500만원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단지에서는 매도 호가를 낮춘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억~2억5000만원 가량 호가가 내려갔고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역시 2억원 가량 떨어졌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9·13대책이 나온 지 두 달 만에 사실상 거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지금보다 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8.0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47.0) 대비 19p나 대폭 떨어진 수준이다. 전년 동월(132.7)과 비교해도 4.7p 낮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0~200 값으로 표현하는데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 대비 가격상승이나 거래증가 응답이 많음을 의미한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송파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연초에 급등한 집값이 차츰 내려가는 걸 계속해서 마주하다 보니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며 “9·13대책 이후 많게는 2억원 정도 호가가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시세보다 높다고 생각하는지 팔린 매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지역에서 실거래된 아파트는 총 2407건이다. 9월(1만2302건), 10월(1만234건) 한 달 동안의 거래건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눈치보기’ 장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9·13대책으로 인한 대출규제 강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내달 보유세 국회 통과 여부 및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등으로 부동산시장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절적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구정 전까지는 움직임이 많지 않아서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 1분기까지는 시장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분양시장 일부를 제외하면 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대출규제로 인한 가격 하락이 매수심리를 관망세로 돌아서게 만들거나 대기수요로 남게 만들면서 매수세가 끊어졌다”며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한 낙폭의 차이만 있을 뿐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절벽 현상은 겨울 비수기와 맞물려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2월쯤 상반기 주택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부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에 한해서는 이사철에 매매가격이 강보합을 나타낼 수 있으나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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