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료자문 의뢰 건수 대비 보험금 부지급 49%
보험사, 보험금 지급 절대기준 아냐…금감원, 주치의와 자문의 소견 차이 커

수술하는 의사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 내부 판단용으로 사용돼야 할 ‘의료자문제도’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자문 건수는 2014년 총 5만4076건에서 지난해 9만2279건으로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보험업계 전체 의료자문 의뢰 건수 대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은 2014년 30%에서 2015년 42%, 2016년 48%, 2017년 49%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를 직접 진단하지 않고 피보험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의료자문제도’가 보험사 내부판단용에 불과한데도 보험사가 이를 환자가 제시한 진단서 거부 용도로 사용된다면 ‘환자 직접 진찰’을 강제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제17조 1항에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장 의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자료만으로 소견을 확인하는 의료자문을 마치 진단서처럼 활용하는 것은 진단서 교부 시 의사의 직접 진찰을 강제한 의료법 제17조1항을 위반하는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에 규정한 진단서가 아닌 의료자문제도로 환자의 법적 효력이 있는 진단서를 부인할 수 있게 한 제도는 즉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가 약관상 지급사유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임에도 이를 악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보험사의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문제에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며 “관행을 타파하는 의료자문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으로 보험사의 과도한 갑질을 근절하고 보험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보장하는 보험의 경우 과거에 약관이 작성됐기 때문에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약관 반영이 늦어 의학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험회사가 불가피하게 의료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의사들의 진단서도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 객관성을 기하고 보험사기 등의 범죄 예방 차원에서 의료자문을 하기도 한다”면서 “의료자문제도를 악용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점을 찾고 당국의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 결정을 위해 참고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라면서 “보험금 지급 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분쟁을 직접 처리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치의 소견서와 보험사의 자문의 소견서 등 양측의 서류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 사유의 대부분은 주치의의 소견과 보험사 의료자문의의 큰 소견 차이”라며 “이런 사례는 특히 장애등급 판정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보험사가 장애등급을 낮춰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려는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보험사가 자문의의 소견을 근거로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스템으로는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보험사의 자문의 선정을 비롯한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개선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자문제도와 관련한 개선안은 금감원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올해 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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