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두 달간 조용하다 했더니. 결국 올 것이 왔다”

앞서 9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에 대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처럼 요약된다.

취임 2개월 만에 내놓은 윤석헌표 금감원의 향후 운영 청사진이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듯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 윤 원장 특유의 성품이 혁신 과제 곳곳에 묻어난다는 평가다.

첫 번째 포인트는 근로자추천이사제로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때 근로자 등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하고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지난해 12월 내놓은 권고안에 비하면 금융위와 다소 타협점을 찾으려 한 부분이 엿보이긴 한다.

우선 노동이사제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로 한발 물러선 부분을 들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이사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고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가 되는 것이다.

제도 도입에 앞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먼저 하겠다고 한 부분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선행과제로 제시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맥이 닿는다.

다만 금융위가 사실상 난색을 표명한 노동이사제를 근로자추천이사제라는 형태로 다시 끄집어낸 것은 결국 윤 원장 본인의 소신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이어서 금융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는 금융사 직원의 임금·복지나 노사관계 등으로 미뤄볼 때 금융분야가 이 부분에서 앞서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키코(KIKO)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 부분도 금융위와는 입장차를 의미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 바 있으며, 윤 원장은 이번에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피해기업 상담 및 사실관계 등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기업 재조사 등을 통해 피해 사항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 권고안과 일치한다.

그러나 당시 최종구 위원장은 혁신위 권고에 대해 “관련한 검찰 수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났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이 제시한 혁신과제는 결국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 과정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과 관련한 금융위·금감원 간 인식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윤 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에 대해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의 발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반 발짝 물러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떠냐는 금융위의 요구를 금감원이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금감원이 제시한 방대한 금융감독혁신과제 자료의 범위를 두고서는 금융위는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상 금융위의 지휘·통제를 받는 금감원이 금융위 영역을 상당 부분 침범해 월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고,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희망사항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