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과 관련, 구자원 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왼쪽)과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2012년 10월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그동안 불공정거래 시각에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왔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징벌적 과세인 10배 물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의 과세 사각지대가 많다고 보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특례도 폐지한다. 중소기업이라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적 대물림하는 경영 형태는 규제해야 마땅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한 ‘돋보기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가 2‧3‧4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편법‧탈법을 통한 경영권 세습과 부의 이전이 이뤄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이외의 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의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LIG그룹은 LIG넥스원, 인베니아, 휴세코, LIG시스템, 디디고 LK투자파트너스, LK자산운용 등 16개의 국내 계열회사와 3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LIG넥스원 및 인베니아가 상장회사이다.

16개 국내 계열회사의 자산총액은 약 2조3000억원이다. LIG그룹의 지배주주는 구자원 회장이다. LIG는 비상장회사로 지주회사이며, 주주는 구본상(56.2%), 구본엽(36.2%) 등으로 지배주주 등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사 중 집중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는 회사는 휴세코, LIG시스템, 인베니아 3개사이다.

먼저 휴세코는 LIG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지배주주 등이 간접적으로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2.13%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이다.

휴세코는 2000년 4월 4일에 설립돼 시설관리, 유류판매 및 위탁급식업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휴세코의 지분구조는 2005년부터 확인가능하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LI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휴세코의 특수 관계자에 대한 매출은 대부분 KB손해보험과 LIG넥스원에 대한 것이다.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은 2015년 기존 지배주주이던 구본상 등이 KB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한 회사로 2015년 초까지만 해도 LIG그룹의 계열회사였다.

휴세코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13년까지 50% 수준이었으나 점차 하락하여 2015년 16.37%에 불과하다. 이는 KB손해보험과의 거래 감소 때문이다. 최근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2.13%이다.

LIG시스템도 지배주주 등이 간접적으로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4.15%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이다.

LIG시스템은 2004년 11월 23일에 설립돼 소프트웨어 자문,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유지보수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였다. 이후 2014년 12월 1일에 엘아이지엔설팅 주식회사를 흡수합병 하면서 사업목적을 에너지진단컨설팅, 에너지절약사업(ESCO) 등까지 확대했다.

LIG시스템의 지분구조는 2009년부터 확인가능하며, 2015년까지 LI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IG시스템의 계열회사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0년 총매출액의 95%가 계열회사에 대한 매출이었으나, 2015년은 23.83%로 대폭 감소했다. KB손보와의 거래도 2015년 대폭 감소했다. 최근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4.15%이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인베니아는 지배주주 등이 직접적으로 26.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인베니아는 LIG그룹 소속 계열회사와의 거래 보다는 친족그룹인 LG그룹 계열회사인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11년의 경우 총 매출액의 94%가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매출이었으며, 2015년 역시 동 비율은 75%에 달하고 있다. 인베니아의 경우 친족그룹인 LG그룹의 계열회사와의 거래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룹계열회사와의 거래는 거의 없어 일감몰아주기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속 등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자금 마련이 쉽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매출을 올린 오너 일가는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기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오너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로서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고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경영에 참여하는 대기업 오너일가들이 주력·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 계열사 지분들은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야 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LIG 오너 3부자는 2012년 11월 LIG 건설이 부도 직전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2151억원 상당의 사기성 기업어음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800명의 투자자들에게 34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대법원은 2014년 7월 24일 구자원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또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4년을, 차남 구본엽 전 LIG 건설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판결했다.

2016년 10월에 구본상 전 부회장이, 그리고 2017년 2월에는 구본엽 전 부사장이 각각 출소했다. 하지만 이들 형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LIG그룹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경영 참여엔 제한이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이 물밑에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 전 부회장은 가끔 LIG넥스원 판교센터에 들려 경영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LIG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본상 전 부회장은 물론, 구본엽 전 부사장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직함도 없으며 경영에 참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선 회사 입장이 정리된 게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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