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별도 반영 어려우니 양해바랍니다”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최근 우리은행이 ‘신카드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인 첫날부터 처리지연과 오류 등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고객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계속되는 비리사건의 발생으로 고객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불미스러운 비리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돈을 믿고 맡길수 있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는 과정에서 고객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전산처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연처리된 이자까지 걷어가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동안의 비리 사건으로 신음하는 국내 최장수 은행인 우리은행의 실태를 살펴봤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9일 310억원을 들여 신카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차세대 전산시스템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전산지연 등에 대한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를 이용하는 고객 A씨는 지난달 29일 카드대금을 선결제하는 과정에서 업무 처리 지연으로 인해 부당하게 하루치 이자 2,344원을 더 걷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물지도 않아도 될 이자를 더 물게 된 것이다.

전산장애 고객은 봉인가?

우리은행은 전산처리 등 일부 전산장애를 인정하고 A고객에게 하루분 이자에 대한 금액을 캐쉬백 또는 포인트 등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고객 A씨는 이자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출금을 요구했지만 30일 이자를 포함한 금액이 우리은행 통장을 통해 인출됐다.

고객 A씨는 “은행에서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에게 피해를 줬는데 왜 고객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또한 보상을 해준다는 자체가 은행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인데 캐쉬백 등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인출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신카드시스템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1~2일 정도 지연처리 등 전산장애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부당하게 걷혀간 금액에 대해서는 캐쉬백이나 포인트를 통해 고객에게 환불조치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상 카드결제대금을 선납하는 과정에서 이자를 제외한 금액만 처리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어 고객의 동의하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전산장애는 지난 1월에도 발생했다. 지난 1월 20일과 25일 두 차례의 전산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고객 돈 30억 먹다 걸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경기도 일산중앙지점 차장이 고객 돈 30억원 가량을 인출해 다른 계좌에 분산 이체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사를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직원이 사적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초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문의한 결과 이상 징후가 나타나 횡령 사실을 적발했다”며 “해당 직원은 현재 인사대기 조치가 취해진 상태이며 아직 조사가 마무리 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경기 포천에 유치한 ‘칸 리조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대출’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급 전·현직 은행원 3명이 1,35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간판 공사 마음대로 간 큰 직원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총무부 김 모 차장은 지난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김 차장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광고업체 6곳으로부터 우리은행 본점과 지점 간판설치 등의 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리혐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허술한 관리감독 시스템에 대한 구멍에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직원들의 비리사건과 함께 세간의 구설수로 떠올랐던 것은 바로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이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우리은행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위치했다. 또한 파이시티 사업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의 사전밀약설 및 사업권강탈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우리은행은 큰 위기를 맞았다.

도덕불감증 팽배

우리은행이 최근 들어 직원들의 비위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과정에서 도덕불감증(모럴헤저드)이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비리 사건이 많이 발생한 것 같다”며 “내부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직원 윤리교육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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