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북사업 주도는 당연히 우리나라” 생각은 착각
[기자수첩]“대북사업 주도는 당연히 우리나라” 생각은 착각
  • 박현군 기자
  • 승인 2018.05.05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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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넨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파이넨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좋은 파격이었다.

판문점 콘크리트 지역에서 남과북을 오가는 모습에서부터 오전 정상회담의 화기애애한 덕담의 모습, 도보다리에서 심도깊은 대화 등 하나하나 인상적이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특히 오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한반도 구상을 USB에 담아 김정은에게 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남북경협주가 일제히 오르면서 장을 주도하고 있고 현대아산과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KT와 남북철도 관련 현대로템과 건설업체들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현대아산, 현대로템, 건설기업, 남북경협주들의 공통점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문호가 열렸을 때 북한에 진출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대한민국과 같은 민족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구상을 끌어낸 만큼 북한의 개발도 우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듯 하다.

그런데 이같은 기대감은 기자의 눈으로 볼 때 위험한 신기루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의 문호개방 주도자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을 주도하고 개방된 북한을 국제 경제질서로 편입시키는 일은 미국의 몫이다.

실제 북한의 경제개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핵 위헙이 완전히 종식돼야 하고 그 사실을 국제사회가 인정하여 UN제재를 해소한 뒤에야 가능하다. 그 일의 키는 미국이 가지고 있으며 다음달 있을 북미정상회담과 그 후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포기를 미국이 인정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북한 개방의 주도자는 남한과 미국이며 둘 중 가장 유력한 존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이다.

미국도 자국의 중화학공업과 제조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의 제조업과 IT산업은 세계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간 미국은 본사를 본국에 두고 공장을 제3국으로 이전하면서 자국 내 산업 인프라가 생각보다 취약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같은 현실, 즉 국제사회에서는 세계 최강국이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서민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산업구조가 취약해지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모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중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특히 민감한 대통령이다. 그가 추구하는 트럼프 독트린을 “미국 우선주의”라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 정도다. 그런 트럼프가 북한개발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과연 포기하려 할까?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UN제재가 완전히 풀어진 후 김정은이 북한의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더라도 혹은 남북 통일논의가 급하게 추진되어 당장 내년부터 고려연방제 등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 개발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들은 북한 진출을 위해 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과연 우리 기업들, 특히 대북개발의 중심 기업이라고 지목받는 곳은 과연 대북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경쟁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북철도 사업을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철도와 산업단지 등 개발사업을 발주할 때 국제기준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

현재 철도와 토지개발은 전체 공정을 한꺼번에 발주하는 턴키형식이 대세다. 수주한 업체는 개발구상, 설계, 시공방식 결정, 감리, 조달, 시공, 하청 등을 모두 관장해야 하며 발주국의 법률과 사회규범에 맞게 무리없이 일을 진행해야 할 책임을 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건설업계는 사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

한국 건설업의 대표주자인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은 모두 시공사들이다. 이들은 설계와 계획에 따라 토목사업을 진행하고 시공을 하는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디벨로퍼, 설계, 조달 등 엔지니어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므로 미국 기업의 시공 파트너 역할이 적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디벨로퍼와 설계 조달 등의 능력을 보유한 곳은 L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뿐이다.

건설 외 IT, 제조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북개발은 우리에게 떨어진 감나무가 아니다. 대북사업을 기업의 성장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면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북한의 문호가 개방되기 전에 그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의 정세를 보면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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