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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어떤 관세도 부과하지 않았다. 그저 제안일 뿐이다”(래리 커들로우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우리는 협상을 원한다. 그러나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짝이 필요하다”(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무역 갈등을 고조시키던 미국과 중국이 대화국면으로 가파른 ‘유턴’을 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추이텐카이 주미 중국대사 등 양국 관계자들은 서로 간 입장 차를 풀기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커들로 위원장은 “우리는 아직 어떤 관세도 부과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의견 수렴을 위해 이것을 내놓았을 뿐이다. 어떤 조처를 취하기까지 최소한 두 달이 남았다. 중국도 아직 관세를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3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대중 무역관세 품목 발표 직후 내놓은 성명을 통해 “미국 행정부는 상호 무역문제를 풀기 위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달 26일에 폭스TV에 출연해서도 “중국과 아주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나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미국산 자동차 등에 보다 적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중국 측에 요구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의 기술이전 강요를 중지해달라는 요청도 했다”라고 말했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추이 대사는 4일 “우리는 여전히 협상을 선호한다. 탱고를 추기위해서는 짝이 필요하다. 우리는 항상 논의와 협상을 지지한다. 그러나 만일 상대방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우리는 그에 대응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이 최우선 선택사항임을 밝혔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이날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개최한 미중 무역 관련 기자회견에서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주 부부장은 “리스트만 발표됐을 뿐 아직 관세부과 효력은 발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담판의 전제는 상호 존중이다. 한 방향, 한 영역에서만 조건이 강화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주 부부장은 “만약 미국이 여전히 독단적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은 절대 외부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불굴의 역사는 신중국 발전의 역사이며 중국 인민의 투쟁사이기도 하다. 중국은 어떤 외부 압력에도 굴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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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간 무역 갈등이 이처럼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출렁이던 시장도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30.94포인트(0.96%) 상승한 2만4264.3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0.24포인트(1.16%) 오른 2644.69, 나스닥지수는 100.83포인트(1.45%) 뛴 7,042.11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당장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로 강도 높은 대 중국 메시지를 쏟아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발언의 수위를 낮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다. 여러 해 전 미국을 대표했던 바보 같고 무능한 사람들이 그 전쟁에서 패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연간 50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도둑질 규모도 연간 300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 더 잃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일엔 트위터를 통해 “어떤 나라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무역 거래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이기기도 쉽다”라고 말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가우라브 사롤리야 글로벌 거시 전략 국장은 보고서를 통해 “양국 간 협상은 아마도 파국적인 결과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앞서 3일(미국 현지시간·한국시간 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5% 고율관세 심사 대상으로 중국산 수입품 1333개 목록을 발표했다. 중국산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로봇, 전기차, 첨단 화학제품, 리튬 이온 배터리, 발광 다이오드 등 첨단 기술 제품을 대상으로 연간 50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관세폭탄을 부과한다는 계획이었다.

중국은 4일 미국과 똑같은 500억 달러 규모로 대두와 수수, 옥수수, 항공기, 쇠고기, 자동차, 위스키 등 106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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