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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임기가 시작된 2일 취임사를 통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책 당국에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취임식을 갖고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심도있는 조사 연구를 통해 경제 현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정책 당국에 부단히 제언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실물경제나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와 자본유출 우려 등 금융 시스템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성장과 물가간의 관계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통화정책 운영체계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도 언급됐다.

그는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은 커진 것으로 진단됐다.

그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구조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며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의 정책운영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소득불균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가계부채 누증 등이 지목됐다.

이 총재는 한은 내부 경영에 대해 “4년간 조직 운영에서 안정을 우선했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둘 것”이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한의 하부위임, 보고절차 간소화, 부서간 업무중복 최소화 등이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총재는 임직원을 향해서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거는 국민의 기대도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며 “외부의 건전한 비판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개방적인 자세를 갖추고 진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2014년 첫 취임한 이 총재는 이날 연임으로 앞으로 4년간 한은을 다시 이끌게 된다. 1974년 연임한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한은 총재직에 두번 오르게 된 것이다. 한은이 독립기관으로 격상된 지난 1998년 이후를 기준으로는 사실상 첫 연임 총재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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