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배고프다

[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요즘 재계에서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수상한 지분매입을 두고 설왕설래다. 지난해 1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코오롱그룹이 요건충족을 위한 계열사 지분 정리 등 마무리작업에 한창인 상황에서, 이 회장이 일부 알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이 같은 지분매입을 오너로서의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반대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비상장 계열사들이 하필이면 내부거래를 통해 급격히 성장한데 이어 지금까지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너에 대한 편법적인 지원성 거래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이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이 회장, 지주사 전환 위한 요건충족 작업 중 알짜 비상장사들 지분 매입
모두 내부거래로 급격히 성장해온 회사들…수익금 노린 이 회장 꼼수?

이웅열 회장이 그룹의 비상장사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5일,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의 주식 2.65%인 7만9545주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 단가는 8713원이며, 이번 지분 변동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은 24.43%까지 늘게 됐다.

이 회장의 아버지인 이동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25.57%까지 합하면 오너 부자가 보유한 이 회사의 지분은 50%에 달한다.

알짜 계열사 지분 늘리는 이 회장

이번 이 회장의 지분 매입은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이 가지고 있던 마우나오션개발 지분을 지주회사인 코오롱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1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코오롱은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이 증손회사 마우나오션개발 지분을 소유하든지 처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코오롱글로텍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마우나오션개발 지분 52.65% 중 50%를 코오롱에 매각했고, 나머지 2.65%는 이 회장이 매입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마우나오션개발은 코오롱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회장이 매입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은 마우나오션개발 외에도 또 있다. 이 회장은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을 사들이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4일 코오롱베니트의 주식 역시 추가로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코오롱베니트의 ‘최대주주등의 주식보유변동’ 내역에 따르면, 이 회장은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 합병으로 탄생한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베니트 지분 40.1% 중 9.1%에 해당하는 7만3,000주를 사들였다. 매입단가는 2만1172원으로 나머지 31%는 지주회사인 코오롱이 매입했다.

기존에 코오롱베니트의 지분 39.9%를 보유하고 있던 이 회장은 이번 지분매입을 통해 이 회사 지분을 49%까지 늘리게 됐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

지분매입 속내는?

이 같은 이 회장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 매입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오너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오롱이 지주회사 요건충족을 위한 작업을 진행함과 함께, 지난해부터 계열사들을 흡수·합병해 새로운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에서 오너가 직접 일부 회사들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코오롱 관계자 역시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지분매입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매입한 마우나오션개발과 코오롱베니트는 모두 그룹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로 급격히 성장했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알짜배기’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골프장, 콘도미니엄 등을 비롯한 레저사업과 빌딩관리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마우나오션개발은 지난 2006년 11월 설립된 회사로, 당초 이 회사의 지분은 코오롱글로텍이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5월 이 회장과 그의 아버지 이 명예회장이 이 회사의 지분을 각각 21.78%, 25.57%를 사들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오너 부자가 마우나오션개발의 지분을 사들인 이후 이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창업 첫해인 2006년 내부거래 비중이 8.29%에 불과하던 마우나오션개발은, 그러나 2007년 21%, 2008년 30%, 2009년 38%, 2010년 32%로 그 규모가 증가했다.

오너에 대한 편법적인 지원?

이 같은 현상은 코오롱베니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정보처리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 컴퓨터에 의한 자료처리 및 시스템통합 등을 목적으로 지난 1999년 10월 설립된 코오롱베니트는, 마우나오션개발과 마찬가지로 2007년 4월 이웅열 회장이 이 회사의 지분 30%를 매입한 직후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07년 전체매출 249억원 중 73%에 달하는 184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고, 2008년과 2009년, 2010년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각각 61%, 54%, 48%에 달한다. 물론 매년 그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마우나오션개발-코오롱베니트 지분 매입이 사실상 오너에 대한 편법적인 지원성 거래가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알짜 계열사 지분을 늘림으로써 이 회장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이렇게 마련된 자금을 통해 향후 지주회사의 지분을 늘릴 실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가 향후 상장이라도 될 경우 이 회장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은 어마어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코오롱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매입한 회사들은 주력 계열사도 아니고 상장도 안된 작은 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원성 거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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