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한국GM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조원이 넘는 적자가 쌓인 상황인데다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30%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다. 그런데도 마땅한 대안은 물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는 카허카젬 사장을 비롯한 한국GM 경영진들의 미온적 태도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카젬 사장은 지난 9월 취임 이후 국정감사와 기자간담회에서 철수설을 묻는 질문에 한 결 같이 즉답을 피했다. 물론 ‘수익성’ 증대와 적극적인 신차 투입 등 거시적인 답변을 내놓긴 했지만 정작 한국GM의 미래에 대해선 침묵했다.

카젬 사장의 이같은 태도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GM 노조는 당장의 임금 인상 보다는 신차 생산 설비 추가 등 회사의 미래 발전 전망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카젬 사장은 교섭장에선 침묵으로 일관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다”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GM 내부에서 카젬 사장을 두고 GM의 의사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GM 구성원들의 요구는 뒤로한 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불확실한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질 않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최근 3년간 평균 93.8%의 매출원가율을 책정해왔는데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계 평균보다 13.7% 높은 수치다. 또 GM본사는 한국GM을 상대로 5%가 넘는 이자를 매년 받아가고 있다. 하지만 카젬 사장은 이 모든 의혹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GM본사가 관여해 고의적으로 한국GM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모습으로 보이는 데도 말이다.

한국GM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전망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내수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현 한국GM 경영진과 GM본사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단순히 차를 수입 판매하는 방법을 통해 카젬 사장이 주장한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는 것은 임팔라로 증명이 된 바 있다.

카젬 사장이 진정으로 한국GM의 존속을 바란다면 GM본사의 입장이 아닌 한국GM 구성원의 입장에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구성원들이 GM을 내쫓는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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