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원인 규명에 소비자 부담↑…“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

▲ 사진=뉴시스
# 최근 서울에 살고 있는 A씨는 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자신의 BMW 530i차량의 계기판이 주행 중 꺼지는 현상을 자주 겪었기 때문. 속도와 기름게이지 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과 오일 표시등 등 주요 정보마저 사라지는 상황이라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계기판이 돌아오더라도 모든 정보가 초기화 돼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추운 날씨 때문이라는 의혹만 짙어지는 가운데 BMW코리아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자동차의 전자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위와 같은 결함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기계식 구조보다 원인 규명이 더 어려워 쉽게 조치를 받지 못해 더 큰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신기술 투입은 앞 다퉈 진행하지만 이에 대한 하자 문제에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자장치 검수 기준을 법적으로 세밀화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2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 자료에 다르면 올 상반기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발견돼 리콜된 자동차는 42만5212대로 집계됐다. 이 중 국산차는 20개 차종 33만5040대였고, 수입차는 202개 차종 9만172대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5.7% 증가한 수치다.

교통안전공단은 올해 연간 리콜 대수를 100만대 이상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리콜은 2008~2012년 10만~20만대 수준을 유지하다 2013년 103만대로 급증한 뒤 2014년 86만대 등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자동차 부품의 전자화·첨단화에 따른 고장 증가와 정부의 결함 조사 강화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오디오와 같은 초기 전자장치들에서 시작한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제 차량의 움직임까지 제어하며 외부와 정보를 소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직결성이 뛰어난 기계장치로 이뤄진 차에 비해 오류가 극대화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자장비는 타 장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계장치의 경우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만, 전자장비의 경우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에 원인규명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계적인 부분은 원인 발견 후 부품 교환 등을 통해 쉽게 수리가 가능했지만 전자장비는 진단 후 조치에 나서도 한 번에 수리하기가 어렵다”며 “다른 장치의 문제가 원인이 돼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2번, 3번 수리를 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 규명이 애매하다 보니 제대로 된 조치나 보상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확실한 대처가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화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연구실에서도 가혹환경 테스트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만 필드 환경에 완벽히 맞추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전자장비 특성상 원인을 완전히 잡아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국원 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도 “전자장비에 대해 납땜이 제대로 돼 있는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장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며 “부품이 작아질수록 오류를 잡아내는 것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가 전자장비 문제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진다면 큰 결함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잘못된 숫자 표기나 인포테인먼트 오류 등 사소한 문제는 놓칠 수 있다 하더라도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완성차업체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대응 한다”며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수리를 여러번에 걸쳐 받는 등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자동차의 수명은 10년 이상으로 길다. 그만큼 센서와 전자장비도 주행거리 10만~20만㎞ 이상을 주행했을 때 민감도와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기준은 면밀히 규정화 돼야 하고 기계적 부품이 가지고 있던 품질을 그대로 가지고 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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